아가씨 참으세요(Miss, Please Be Patient)(1981)-이형표

-아래 이미지는 해당 저작권자에게 권리가 있으며 아래 글은 약간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흑백사진 들은 DVD미출시 영화이므로 고른 이미지가 없어 한국 영화 데이터 베이스에서 퍼온 스틸 사진입니다. 본 영화는 본래 칼라 영화입니다. 이 외의 사진은 여기저기서 퍼온 사진도 있습니다. 그리고 부득이하게 배역명 대신 배우명을 사용했습니다.)

 

 

감독 : 이형표

제작 : ㈜동아 수출공사

출연 : 정윤희, 당룡(김태정), 서영란, 권영문, 이강조, 안소영, 배수천, 조재성, 문태선, 박동룡, 백황기, 신찬일, 유화춘, 이석구, 국정환, 태일, 박윤근, 이규철, 김덕행, 박행철

 

영화의 역사는 이제 한세기를 넘어가는(1895년을 시작으로 보죠) 비교적 젊은 예술 분야이지요.

그 중에도 우리나라의 영화적 역사는 매우 짧은 편이지요.

이는 식민치하의 영향이 있기도 합니다.

해방 전에도 영화들이 만들어지긴 했었지만 제대로 된 영화는 몇 편 안되고 거의 일제에 의해 조작된 영화나 일제 말기에는 전쟁독려의 프로파간다 들에 불과했지요.

흔히 유명한 나운규, 윤봉춘, 이규환 감독의 그 시절 영화는 상당수 유실 되었고요.

이규환 감독 등이 맥을 잇는 가교로 자리매김 하게 됩니다.

영화의 명목은 근근이 이어왔지만 정작 지속적으로 영화가 만들어진 시기는 한국전쟁 당시 미군의 도움과 국가의 독려로 만든 계몽, 교육, 전쟁 독려 등의 목적성을 띈 프로파간다였습니다. 이 당시 많은 감독들이 자기 역량에 눈 뜨고 데뷔를 시작하게 됩니다.

이 시기에 영화계에 투신하거나 입지를 다진 감독들은 한국을 대표하는 감독이었던 대다수의 인물들로 신상옥, 김기영 등의 독자적인 노선을 다져나간 이 들과 선배들의 영향하에 시작한 유현목, 김수용(김수용 감독은 군 정훈국 소속으로 전쟁 중 영화를 만들며 영화인생을 시작) 등이 있습니다.

뭐 이렇게 서론이 기냐 하면 이 번 소개할 영화인 아가씨 참으세요의 감독인 이형표 감독이 이 시기 미국인 들에게 기술을 배운 뒤 촬영감독으로 시작하여 이후 작가 등등 거의 전 분야에 걸쳐 다양한 장르에 오랜 동안 작품활동을 해 온 분이기 때문입니다.

영화계에 투신하여 다양한 분야에 다양한 역할을 해왔던 이형표 감독은 동년배 들에 비해 비교적 늦은 1961년 그 당시 스타들을 총출연시킨 로맨틱 코미디 서울의 지붕 밑으로 성공적인 감독 데뷔를 하게 됩니다.

이 억압의 60년대가 영화역사에서 중요한 이유는 당시 서민들에게 꿈을 주며 산업적으로도 거대하게 성장했었지만 그 규모의 엄청남에 비해 수급인력이 귀했기 때문에 각자 감독의 장기가 있지만(이형표 감독은 일반적으로 코미디에 재능이 있다고…) 엄청나게 다양한 장르를 다작하게 됨으로써 서구 기준의 작가로써의 기준을 얼마간 맞춰가곤 했지만 자국에서의 폄하와 자료 보존의 미숙으로 서구와 달리 이런 재조명은 거의 되지 못한 것도 사실이기 때문입니다.

각설하고 이 영화를 보면 멜로, 역사, 액션, 무협, 공포, 코미디 등등 장르를 가리지 않은 활약을 한 그 당시의 다재 다능한 감독들 중 하나인 이형표 감독은 70년대 중기, 후기 유행한 하이틴 물을 거치고 80년대가 되자 당시 대학생이 나오는 젊은이 영화의 일환으로 이 영화 아가씨 참으세요를 만들었던 것처럼 보입니다.(여성성을 강조하는 시대와는 달리 돈 많고 당시엔 귀족 스포츠인 테니스를 즐기고 공부는 못하고 오래됐지만 외제 자가용을 끄는 멋대로 구는 여대생 들을 표현하는^^)

그러나 그 것은 시작뿐이고 시작 후 바로 뜬금없이 등장하는 김태정(이소룡을 대신해 사망유희’, ‘사망탑등에 출연하며 맹룡과강에서의 이소룡 이름 당룡(탕룽)을 예명으로 사용했었죠.)의 코믹한 액션과 정윤희의 친구로 나오는 서영란의 발차기는 오해하지마. 이 영화는 액션인 게야라고 바로 정체를 보여줍니다.

숨겨봐야 갑갑하니 바로 까서(?) 보여주는 것이라고나 할까?

 

<뜬금없이 불량배처럼 시비를 거는 김태정과 홍콩재벌 딸인 왈가닥 정윤희가 지켜보는 가운데 그 친구인 합기도 관장의 딸인 서영란의 발차기가…>

 

<방심하고 장난 놀다 된통 당하는데…>

 

<코믹영화 취향의 감독답게 과거 그의 영화에서 구봉서가 했듯 이런 장면도>

 

이 영화는 그리 심각한 사상이나 영화사적 가치 같은 것을 생각할 필요 없는 오락적 영화지만 여러모로 재미있는 모습들을 보여주는 작품이기도 하지요.

심각한 사회적 비극에 무작정 던져진 여인과 성적 수동의 목적에 놓여진 백치적 가련한 여인 등을 많이 연기했던 정윤희가 티비 활동과 함께 밝은 모습을 보여주면서(그 전에도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전면 주인공에 나선 영화인데 특이하게도 교환학생인 홍콩재벌의 딸이란 설정과 그 친한 친구는 합기도장을 하는 고수의 딸… 그리고 길에서 만난 정체불명의 사내 김태정은 액션 또한 대단하고…

사회적 억압이 장난 아니었던 이 시기의 우리나라에서 맘 놓고 영화의 내용을 풀기 위한 일종의 쉬운 선택이었다고나 할까?

70년대 말 우리나라에서 이런 선택으로 이용했던 무국적적 설정이 여기에도 바로 적용됩니다.

곧 홍콩으로 귀국을 할 홍콩 재벌의 딸 정윤희 대신 그 친구인 고수의 딸 서영란이 납치되고 풀려나는 과정을 통해 그리고 이 것을 알아챈 악당들의 정윤희 납치기도 들을 보여주면서 말이죠.

70~80년대 많은 액션 영화에 출연했던 단골 악역 액션배우들도 다수 출연하고요.

<약간 순진한 설정이지만 서영란은 얼간이 보초를 유혹한 뒤 탈출하고>

 

<악당들은 정윤희의 집에서 납치를 위한 코믹한 공방을 주고 받다가 근처 공사장까지 가는데 코믹을 설정으로 정윤희의 엉덩이 부분 옷을 찢는 불필요함도 서비스 삼아 벌이고요>

전형적인 액션을 마음 놓고 펼칠 수 있는 설정인 공사장도 여지없이 등장해 줍니다.

재벌 딸이 자취하는 아파트 앞의 넓은 공사장은 일견 뜬금없는 설정이기도 한데요.

당시 개발붐이 있었기에 배경에 아파트가 걸림으로써 그래도 되는 양 넘어가지요.

어차피 ‘나름’ 세계적으로 치안이 확실한 나라인 우리나라… 게다가 서울의 어지간한 곳은 다 보는 눈이 있기 때문에 이런 설정이 나오려면 어차피 뒷골목, 벌판, 산속 등이 될 수 밖에 없었고 현실적인 면을 따지면 피곤해지니까 이런 쉬운 선택을 할 수 밖에 없었지요.

최근까지도 들판과 창고는 비주얼 뿐 아니라 사용의 편리성을 위해 즐겨 사용되는 액션의 마당이기도 하지요.

  

<불량배처럼 등장했던 김태정은 그녀의 가방을 가져다 주려다 우연히(?) 구출해 주게 된다>

 

납치됐다 풀려난 서영란의 아버지인 관장의 정윤희를 보호해주겠다는 제안은 공염불이고 그녀의 1일 보디가드로 고용된 김태정과 호감만을 남긴 채 헤어지고 맙니다.

여기서 또 한 가지 웃긴 점은 딸인 서영란(학점 미달의 대학 졸업반으로 나오는)이 마취제에 의해 납치 되었다 빠져 나왔음에도 대수롭게 여기지도 않는다는 점이죠.

아무리 딸이 고수라 해도 그 정도로 대담하다니…

아버지가 합기도 관장인 것은 여기선 중요하지 않은 사실이기 때문이고 주인공은 정윤희기 때문인 거죠.

아버지가 합기도 관장인 것은 서영란의 이 후 액션에 대한 나름의 타당성 부여인 것이고 그녀의 납치 또한 정윤희와 김태정의 관계를 맺고 악당의 정체를 알려주는 도구에 불과하기 때문이죠.

그렇기에 이리도 순진하고 쉬운 선택을 하게 됐을 겁니다.

이 영화는 계산 없이 액션과 유머를 보러 온 관객을 위한 영화니까요.

아무튼 우리나라 조직의 사장인 이강조의 지시를 받은 박동룡을 위시한 똘마니에 의해 계속되는 공방이 벌어지고

 

<국내 조직의 보스로 나오는 이강조는 김두한 형 시라소니 형에서의 김두한 역을 비롯 굵직한 악역을 많이 해왔다>

 

<짧은 분량이지만 항시 선 굵은 연기를 보여줬던 대표적인 액션 악역 박동룡>

 

역부족이라고 느껴 모신 홍콩의 고수 권영문이 등장합니다.

 

<콧수염과 발차기로 유명했던 권영문>

 

이강조는 김태정에게 거래를 제시하는데 김태정은 그를 자극할 목적으로 그의 정부인 안소영(‘애마부인’의 바로 그분)을 요구합니다.

 

<’애마부인에 출연하기 전에 출연한 영화이다. 어린 나이임에도 정윤희보다 더 성숙하고 어울리는 비주얼. 검색 사진은 최근 찍으신 누드 위주라 부득이 예전 것을 고른 건데…>

 

그러던 중 결국 그 하수인 들에 의해 정윤희가 납치된다.

여기에 또 황당하지만 재미를 위해 용서해야 할(?) 부분이 등장하는데

 

<어설픈 호신도구와 정윤희의 완만한 액션이 신기하게도 거의 통한다>

 

워키토키 안테나나 고춧가루 물총 등의 어설픈 호신도구가 조폭들한테 먹힌다는 점과 그녀를 구출하는 과정에 코믹설정을 위한 여장 등의 뻔하고도 말도 안되지만 항시 먹히는 설정이 등장한다는 겁니다.

 

<권영문이 이미 정체를 앎에도 분장하고 선글라스를 썼다는 이유로 바로 서영란에게 홀딱 빠진다는 억지 설정은 차치하더라도>

 

<김태정의 이 어설픈 여장도 먹힌다는 건…>

 

<어찌됐던 정윤희를 구출해 낸다>

 

이 후 이런저런 사건과 이강조의 회유, 그에 따른 안소영의 김태정에 대한 호감 등 뻔한 설정이 나오고 다시금 거듭되는 납치와 추적…

 

<안소영의 호감은 왜?>

그리고 결국 안소영의 도움으로 더욱 더 뻔한 일망타진이라는 결말로 영화는 대미를 맞게 되는데…

역시 마지막까지 이 영화가 코믹임을 보여주는 장면으로 다음 사건을 해결하려 출국하는 김태정이 정윤희를 외면하고 안소영과 작별하자 정윤희가 발끈하며 때리고 그러자 김태정이 ‘아가씨 참으세요’라고 외치며 제목이 왜 이 건지 알려주죠.

 

역시 이 같은 무국적적 영화의 기본은 홍콩과 인터폴이 나오는지라 여기서도 어정쩡한 동네건달 같이 보이지만 말도 안되게 센 김태정의 정체는 인터폴이라는 뻔한 설정입니다.

하지만 역시 한국적 정서답게 죽은 인터폴인 형의 복수를 위해 동생 인터폴이 온다는 웃기는 설정이기도 하죠.(인터폴이 동네 놀이터에서 맞으면 형 끌고 오는데도 아니고…)

그런 점은 앞서 얘기했듯 철저히 무시하고 재미면에서 보자면 허용되는 범위(?)라고 억지로 위로해 봅니다.

 

<마지막 액션의 무대인 홍콩 가는 배로 잠입한 액션 2인조>

특히 중후반의 추적과 마지막에 나오는 김태정과 서영란의 버디액션이나 권영문과 김태정의 발대결 등은 볼만한 장면입니다.

이 영화를 보면 배우들의 면면이 아쉽기도 한데요.

지금도 액션이 되는 여배우는 아주 드문데 서영란의 경우 체격조건도 비교적 좋고 시원스런 액션을 제대로 보여주는 여배우가 귀한 마당에 당시에 액션영화에 여러 편 출연했지만 그 나름의 대우를 못 받은 아쉬운 경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지금이었으면 어땠을까?’하는 생각도 해 보지만…

만일 요즘이라면 해외로 나가라고 하고 싶은…

그리고 역시 국내에서보다 이런저런 경로로 유출된 해외에서 더 인정 받았던 음지에서 열심히 활동했던 우리의 액션배우들…

 

<얼마 전 고국에 다니러 왔다는 김태정. 중년이 넘은 나이임에도 불구 지금까지도 건장하게 신체를 단련하고 있다>

 

게다가 조, 단역이 아닌 주연배우인 당룡의 경우 김태정이라는 본명이 있음에도, 게다가 외국에 진출해서 성공하여 온 배우임에도 그 시절의 외제를 좋아하는 정서(?) 탓에 예명인 당룡으로 나와야 했고 국내엔 기록조차 거의 없는데…

이런 경우는 그 뿐 아니라 외국에 거주하던 무술인 들(바비 킴, 챠리셸 등등)이 자국에서 받았던 대우이기도 했지요.(스타였음에도 그로 인해 더 금새 잊혀진)

과거부터의 문 숭상 무 천대의 역사가 액션영화에 대한 천시로도 이어진 정서상에 이유겠지요.

게다가 그와 반대급부로 아직도 아이돌 들의 이름이 외제인 이유와도 맞아 들어 가겠지요.

 

<당시 최고의 미모로 부족한 연기력을 커버한다는 평가를 받았던 정윤희>

 

그리고 이미 이십 수년 전 재벌가의 사모님(중앙건설 회장부인)이 된 정윤희라는 매력적인 배우에대해서도 많은 생각을 하게 됩니다.

 

본 영화의 소개 전에 많은 부분을 장황히 얘기했던 이유도 이런저런 아쉬움 때문이며 DVD제작은 안됐지만 필름이 남아있는(역시 출시된 비디오는 드물고 특별히 관심 없는 분은 찾아 보기도 힘들겠죠) 이 영화의 경우는 그래도 낫지만 많은 영화 들의 유실과 보기 힘듦에 대한 지껄임이랄까?
보고 싶은 영화는 언제든지 찾아볼 수 있는 기술이 있음에도 그리할 수 없는 현실에 대한 넋두리랄까?
보실 수 있다면 한 번 보시길 바랍니다.
단 깊은 생각 없이 상황을 즐기면서......

 

추신)

이 리뷰를 작성한 지는 한참이 되었는데요.

이 후인 2010년 4월 26일 수 많은 히트작을 남겼던 원로 감독 이형표 감독(1922.3.23~2010.4.26)께서 별세한 것을 비롯.

2011년 8월 27일 밤에는 미국과 우리나라를 오가며 이런저런 행사에 참여 건재함을 보이고 오랜만에 활동의 가능성을 보이시며 귀국했던 김태정 씨께서 복통을 느끼다 급서하시기도 했고요.(1957.7.2~2011.8.27)

복귀를 재촉하는 팬들곁에 지금이 평온하고 좋다며 복귀를 부인했던 정윤희 씨의 경우도 2011년 11월 22일(미국 현지시각) 유학간 아들을 잃는 비극을 겪었습니다.

유쾌한 기분으로 적었던 리뷰였는데 안타까운 소식들이...

위의 언급됐던 고인들의 명복을 빕니다.

Posted by thekin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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