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 용의부활(三國志見龍卸甲, Three Kingdoms Resurrection of the Dragon)(2008)-이인항(李仁港)

-아래 이미지는 해당 저작권자에게 권리가 있으며 아래 글은 약간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포스터는 대체로 홍금보가 안 나와 있어서 나와 있는 것을 올립니다.>

 

감독 : 이인항(李仁港, Daniel Lee)

제작 : (주)태원엔터테인먼트

       정태원, 증패산, 한삼평, 우동

기획 : 정태원, 증패산

출연 : 유덕화(劉德華, Andy Lau), 홍금보(洪金寶, Sammo Hung Kam-Bo), 매기 큐(李美琪, Maggie Q), 우영광(于榮光, Rongguang Yu), 안지걸(安志杰, Andy On) 오건호(吳建豪, Vanness Wu), 적룡(狄龍, Lung Ti), 진지휘(陳之輝, Chen Zhi-Hui), 복존흔(濮存昕, Cunxin Pu), 악화(岳華, Hua Yueh), 유송인(劉松仁, Damian Lau), 정해봉(丁海峰, Haifeng Ding), 강홍파(姜鴻波, Hongbo Jiang), 왕홍도(王洪濤, Wong Hung-To), 맹화오력길(孟和烏力吉, Meng He Wu Li-Ji), 홍천명(洪天明, Timmy Hung), 계춘화(計春華, Chuen-Hua Chi), 원세룡(袁世龍, Yuan Shi-Long), 등위(鄧衞, Wei Deng)

 

이 영화 삼국지 용의 부활(삼국지견용사갑)’은 조용한 가운데 그럭저럭 흥행하다 사라진 영화중 하나 입니다.

   하필이면 중국 정부의 압도적 지지와 강압(?)에 의해 제작된 초대작인 오우삼의 적벽대전시리즈와 비슷한 시기에 제작과 개봉을 하여 많은 비교가 됐는데요.(그에 고무되어 제작되었고 틈새를 치기 위해 먼저 국내 개봉했다고 보는 시선도 있지만)이 영화 자체도 그다지 초라한 영화는 아님에도 워낙 비교대상의 물량이 크기에 심하게 폄하를 받기도 한 것이 사실입니다.

   이 영화는 우리나라 회사인 ㈜보람 엔터테인컨트가 제작에 참여했던 범아시아 프로젝트인 칠검(七劍, Seven Swords)’(2005)-서극(徐克, Hark Tsui)묵공(墨攻, A Battle of Wits)’(2006)-장지량(張之亮, Jacob Chang) 그리고 또 중국측의 다른 기획인 (無極, The Promise)(2005)-첸 카이거(陳凱歌, Kaige Chen) 등의 영화와 같이 범아시아 프로젝트를 표방하고 ㈜태원 엔터테인먼트(주로 영화제작을 하다 최근엔 드라마 아이리스로 유명한 그 곳)가 적극적으로 제작에 참여한 영화입니다.(그래서 인지 각기 다른 회사의 기획이지만 배우, CG팀 등등이 묘하게 겹칩니다.)

   나열된 모든 작품이 결과적으론 실패했지만 아시아의 인프라를 결합하여 국제적 상품을 만든다.’는 취지만은 해볼만한 시도였다고 봅니다.(작게 보자면 과거의 합작영화도 편법일 경우만 제외한다면 작지만 성공을 거둔 좋은 기획들이 많았죠)

 

   위에 얘기한 비슷한 시기의 작품인 적벽대전의 경우 중국정부가 적극적으로 지원했고(역사공정과 중국인의 강함, 위대함 뭐 이런 것을 심으려는 의도가 다분하다고오우삼의 경우 거의 강제적으로 특명을 받았다는 설이 파다했죠. 세계적으로 성공한 홍콩의 영화인 들을 중국 공산당의 기치아래 모이게 하여 그 세를 보여주는…) 그렇기에 엄청난 물량을 투입했습니다.

   원래 과장 일색인 나관중의 삼국지 연의의 과장을 제대로 물량적으로 보여주어야 했으니까요.

   그러나 이 영화 삼국지 용의 전설의 경우 보여주고자 하는 자체가 다릅니다.

   ‘적벽대전이 주유와 제갈량의 조조에 대항한 머리싸움과 대전투 그리고 호쾌한 대미에 목적을 뒀다면 이 영화는 그렇지 않기 때문입니다.

   타깃 자체가 다르죠.

   그 것은 우선 영화의 감독인 이인항 그의 전작들을 살펴보면 알 수 있습니다.

   초기엔 무협드라마나 흑협’(1996)(아동틱한 유치한 설정과 분장 등 이연걸 팬 들은 그를 희생시켰다고까지 생각 될 졸렬한 완성도임에도 미 박스오피스에서 대히트 했었던)같은 액션도 했었지만 이후의 행보는 장르 불문하고 멜로내지 감성의 요소가 들어간 작품들을 해 왔습니다.(물론 합작 영화인 소년아호(少年阿虎, Star Runner)’(2003)도 관련이 있고 출연진 들도 겹치죠.)

   그의 대표작이라 볼 수 있는 성월동화(星月童話, Moonlight Express)’파이터 블루(阿虎 A Fighter's Blues)’같은 경우는 이야기의 장을 다른 소재에 펼쳤을 뿐 제대로 멜로에 신파죠.(아마도 이 시기 감독이 여배우 다카코 토키와를 사랑하고 있었지  않나 느껴지는 대목이 많죠.) 그리고 서술보단 감성에 기댄 연출들을 많이 보여줍니다. 정지 혹은 느린 화면으로 전개되면서 주인공의 회상과 내면의 이야기 들을 보여주는 그런 식으로 말이죠.

   그런 면은 이 삼국지 용의 전설도 마찬가지 입니다.

   그렇기에 적벽대전과는 다를 수 밖에 없는데(‘적벽대전도 완급에 실패한 듯 원인 모를 손상향(조미)의 우정담을 너무 과하게 넣긴 했었죠.) 아예 설정 자체가 다른 것이 적벽의 짧은 순간을 긴 런닝 타임(2부작-273)으로 물량을 들이부어 보여주었던

   ‘적벽대전’, 그러나 삼국지 용의 부활의 경우 짧은 런닝 타임(105)에 소설 삼국지 연의의 인물과 설정만 빌려 게다가 주인공을 조운(유덕화)으로 결정지어서 그의 젊은 날에서 말년 까지를 생략을 거듭하여 찰나처럼 보여줍니다.

 

   <어려운 병사시기 고향과 포부에 대한 얘기를 나누는 조운과 나평안>

 

    연의에 기록되지 않은 조운의 병사시절과 상산지방 동향으로써 그의 군패를 지급해 줬던 선배 병사 나평안(홍금보)이 등장하고 이후 조운의 감상이 이어지는 일부를 제외한다면 사건의 서술을 이 가상인물 나평안에게 넘기고 있습니다.

  

<마치 판타지 영화에 나오는 듯한 가공인물인 도독 조영의 모습>

 

    게다가 역시 실제 기록조차 없는 조조의 손녀 조영(매기 큐)의 용맹과 지략이 이야기의 한 축이기도 하지요.

 

<용맹을 바탕으로 빠르게 출세하는 조운>

 

 

<그런 그의 뒤를 바라보며 자괴감에 빠지는 나평안>

 

   잠깐의 젊은 시절과 약간의 갈등, 아두를 구출한 후 조운의 빠른 출세를 보여준 뒤 바로 유비(악화)와 오호장군 모두가 죽었다는 짧은 설명 이후 영화의 중반이 되기도 전에 제갈량이 출사표를 던지고 그들의 최후가 될 수 있는 첫 북벌에 나서게 됩니다.

이미 늙어버린 조운 먼저 간 장군들의 사당에서 자기의 자리를 예약하고 출진합니다.

 

<항상 뒤에서 시기 속에 바라보다가 용기 내어 옆에 서길 청한 나평안>

 

항상 그를 지켜 봐왔고 그를 시기했으며 영원한 주변인이던 나평안은 이 번엔 마지막 만이라도 그의 옆에 나란히 서고 싶어해 함께 출전합니다.

 

제갈량(복존흔)의 명령과 관흥(오건호)과 장포(정해봉)의 반목과 경쟁이 그냥 지나가듯 나오곤 나머지 내용의 절반을 조운의회한을 다루는데 역점을 둡니다.

그 회한에 비해 접근하는 연의 속의 내용은 한덕(우영광) 4형제를 늙은 조운이 몰살하는 것 정도이고 그나마 이런 한덕을 양부로 추켜세우며 이용하는 조영의 모습이 더 그려지고 있으며 거기에 조영과 조운의 싸움이 맥을 이어갈 뿐입니다.

이 영화는 앞서 말했듯이 조운의 말년의 덧없음과 회한에 중심이 맞춰져 있습니다.

비슷한 구성의 그리스도 마지막 유혹(The Last Temptation of Christ)’(1988)- 마틴 스콜세지(Martin Scorsese) 처럼 주변상황을 자세히 묘사하지도 않았고(인간 예수 개인의 갈등에 몰입할 수 있게 간략하면서도 디테일한 주변설정이 비춰지고는 주인공에만 집중해 파고들지요.) 그로 인한 판타지의 세계 따윈 없습니다.(내용 자체가 판타지라고 할까?)

그저 오로지 조운 그의 감성과 지켜보며 억장이 무너지는 (어쩌면 역사라는 큰 물결을 지켜보고 함께하지만 변방으로 느껴지는-실제로는 주인공이지만 개개인은 아닌-민초의 모습을 대변하는)나평안 만이 이야기를 끌고 갑니다.

애당초 원작을 유지하고 싶은 생각조차 없습니다.

감독은 연의의 틀만 빌려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풀어갑니다.

첫 북벌에서 조영의 등장과 그녀의 승전 그리고 단기필마로 조운이 최후를 향해 달려가는 것도 연의와 정사 모두 다릅니다.

그러나 삼국지 사상 가장 완벽했던(인품, 실력, 자기관리, 지략-자신이 이끌고 단 한 번도 지지 않았던) 사나이 조운 그의 쓸쓸함을 그려주고 싶었기에……

처음 나평안에게 조운이 묻습니다. ‘이 전쟁이 언제 끝나겠냐고?’ 나평안은 지도를 펴며 말하죠. ‘지도를 다 돌면 금의환향 하게 될 것이라고

그 때 조운은 운명은 자신이 정하고 개척해가는 것이라 믿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자신의 운명을 만들어가기 위해 열심히 싸웁니다.

   하지만 마지막 그의 회한은 운명은 스스로 정한다 자신했으나 나 역시 사실 형님(나평안)과 마찬 가지로 큰 원을 돌고 있었을뿐 결국 운명은 정해져 있는데 뭔 집착을 하리오입니다.

   멋은 있을지 모르나 무책임한 이 운명에 대처자세는 오히려 인간으로써의 어쩔 수 없는 담담함이랄까?

   지도를 한 바퀴 다 돌아도 끝나지 않는 그의 여정은 결국 그의 생애엔 끝날 수 없고 그리고 조운의 뒤에 언제나 있으면서 그를 질투하고 항상 이겨보고 싶었다던 나평안의 고백도 또 그에 대한 조운의 화답인 형을 만민이 불패장군으로 부를 수 있길 바랬소

   이룬 자의 회한이랄까? 그는 그 말을 남기고 단기필마로 나서고 쓸쓸히 그의 뒤를 바라보는 나평안.

   이 영화의 얘기하고자 하는 것을 압축적으로 보여준 장면이 아닐까 싶은데 이런 상황들을 보면 소설과 역사상에 없는 나평안이란 인물의 창작의 이유는 아마도 조운의 영웅담을 관조하듯 설명하여 관객과 함께 그를 바라볼 수 있게 하는 도구와 짧은 묘사와 건너뜀 이후 바로 최후의 순간으로 몰아치는 완급과 상관없는 극의 진행에 지표를 삼기 위했음이리라.

   그리고 나평안이란 인물은 조운이라는 인물의 내면을 대화 혹은 서술로 나타낼 수 있는 도구로써 존재하므로 아마도 조운의 이중인격 같은 존재로써 그려진다고도 볼 수 있겠습니다.

 

   이 영화가 기존처럼 서술과 인물이 난무하고 영웅담을 연속적으로 늘어놓지 않기에, 삼국지를 아끼는 매니아 들에게 비난을 당했던 것이 이런 이유에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러나 삼국지 같이 수없이 만들어진 소재를 이런 관조의 관점으로 바라보는 것도 나쁘지 않은 시도였다고 생각됩니다.

   개인적으로 참 오랜만에 홍금보를 액션 없이(무술감독으로는 참여했음) 연기력만으로 만나게 됐고 또 유덕화의 매력을 보여주기에는 충분했다고 생각되어 좋았으니까요.

   그런데 주변인물 들이 거의 다 단역 수준인 점에 많은 분들이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는데요.

   그런 면은 워낙 삼국지에 인물이 많이 나오고 각 캐릭터에 대한 각각 팬 들의 애정과 충성도가 높기에 부응하는 기대치가 컸기 때문일 것입니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 이 영화는 그 시대를 살아간 인간 조운의 얘기이므로 그 얘기 자체의 충실도에서 더 얘기가 되었어야 한다고 봅니다.(오히려 그 쪽에서 또한 그다지 성공한 것 같지는 않거든요.)

   그렇기에 단역으로 전락한 많은 주요인물 들에 무게 있는 중견배우 들을 기용했고 후배 장수들 또한 잘나가는 배우들을 캐스팅한 것일 겁니다.

 

  

  

<안정적인 연기를 보여준다.>

 

   우선 거의 조운, 나평안, 조영 다음의 비중으로 나오는 제갈량의 경우 중국영화의 전통과 안으로써의 자각이 충돌하던 시기이며 이 후 감독들에게 영향을 많이 끼친 국제적으로 중국영화를 알리기 시작한 중국영화의 산 증인이자 3세대로 분류되는 감독 사진(謝晉)의 영화를 비롯 다양한 영화들에서 강한 캐릭터와 무게감을 준 배우 복존흔이 연기하고 있고

 

<짧지만 멋진 악화의 출연>

 

   유비의 경우 호금전(胡金銓, King Hu)방랑의 결투(大醉俠, Come Drink With Me)(1966) 등에서 젊잖거나 허무에 가득한 주인공 때론 은근해서 더 무서운 악역으로 무협팬 들에게 사랑 받았던 악화가

 

<역시 짧지만 무게 있는 적룡의 출연장면들>

 

<역시 출연분량이 짧아서 안타까운 진지휘>

 

   또 관우의 경우 장철, 초원, 오우삼 영화에서 주연으로 수많은 무협영화를, 또 주윤발과 함께 홍콩 느와르를 이끌어 많은 팬을 지니고 있는 수퍼스타 적룡이 출연하고 있으며 장비역은 야비해 보이지만 강인하고 안정된 연기를 주로 보여줬던 진지휘가 연기하고 있습니다.

 

<선 굵고 강한 사내 우영광은 이제 중견배우로…>

 

   그리고 연의에서 한 전투에서 5부자가 모두 조운에게 베이는 한덕 역할에도 무술대회 챔피언에 강인한 매력으로 어필했었던 우영광이(그 한덕의 아들로 자신 있게 달려나가 바로 베이는 단역 한영 역으로는 홍금보의 아들 홍천명이 나오죠.),

 

<매력적인 역할을 잘 해낸 안지걸>

 

   또 등지 역할로 비중 있게 나오는 안지걸의 경우도 젊은 배우지만 안정된 연기로 활발히 활동하는 배우입니다.

 

<관흥과 장포는 반목관계지만 조운의 영에 따라 함께 출진한다.>

 

   여기에 주로 강한 액션 캐릭터를 해온 장포 역의 정해봉, 그리고 대만의 유명 가수 겸 배우면서 꽃보다 남자출연으로 유명하고 우리나라에서도 강타 & 바네스로 활동했었던 오건호가 관흥을 연기하고 있습니다.(이 영화 포스터에 이름이 나올 정도의 인기인이긴 하지만 단역에 가까운 비중의 역이고 남의 옷을 입은 듯 연기 또한 어설프지요.)

   게다가 역시 작은 비중이지만 조조 역에도 선 굵은 중견배우 유송인이 나옵니다.

 

<안정적이며 여유로운 표정과 어투로 뭔가를 보여줄 듯 하지만 애석하게도 단역>

 

   내용이 워낙 개인적(연인마저 끼어들기 힘들 정도)이라 인물을 등한시 해서인지 조운의 연인으로 짐작되는(나라를 통일하고 금의 환향할 때 돌아갈 곳의 의미) 연아 역의 강홍파의 경우는 배역명을 보고서야 연아라는 이름인지 알 정도로 비중이 작습니다.

   이 정도로 출연진은 나름 훌륭하지요.(뭣 모르는 초딩 들은 관우가 왜 그러느냐고 그러니늙은 배우를 쓴 감독이 죄라면 죄 적룡을ㅉㅉㅉ)

 

   <94 84부작으로 제작된 드라마 삼국지에서와 같이 황충 역을 맡은 왕홍도(王洪濤) 그러나 출진하는 장면만 나오고 안 나오는 단역.>

 

   <마초 역의 맹화오력길(孟和烏力吉)-‘적벽대전에 관평으로 나왔고 2003 사조영웅전에도 나왔다는데 역시 단역이다 이름을 보아하니 몽골계인가?>

 

   그러니까 스펙타클 만을 따지시는 분이 아니라면 보셔도 좋을 영화입니다.

   하지만 앞서 말씀 드렸듯 적벽대전에 앞서 개봉하면서 엄청난 물량전의 영화인양 홍보했던 것이 부메랑처럼 악평으로 돌아 온 것뿐이죠.

 

   누누이 말씀 드리지만 이 영화는 스토리 위주가 아닌 조운 개인의 삶을 관조해가는 영화입니다. 참고하시길……

Posted by thekinks
:

들개(野良犬, Stray Dog)(1949)-구로자와 아키라(黒澤明)

-아래 이미지는 해당 저작권자에게 권리가 있으며 아래 글은 약간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감독 : 구로자와 아키라(黒澤明)

제작 : 영화예술협회, 신토호(新東寶)

출연 : 미후네 도시로(三船敏郞), 시무라 다카시(志村喬), 아와지 게이코(淡路惠子), 미요시 에이코(三好), 센고쿠 노리코(千石規子), 기무라 이사오(木村), 치아키 미노루(千秋實)

 

구로자와 아키라 하면 떠오르는 것이 무엇이 있을까요? 흔히 사무라이 영화, 대작 서사 등등과 그의 많은 대표작 들의 이름이 떠오르실 겁니다.

근래엔 할리우드 감독 들이 그의 영화에서 모티브를 딴 작품들이나 아예 리메이크 했었다 등등의 얘기가 왕왕 있었구요.

그의 영화도 서부극의 형식에서 많은 영향을 받았지만(그리고 실제로 도스토 예프스키라던가 셰익스피어 등 문학을 영상화 한 것들도 많죠.) 그의 말년 제작 후원을 했던 스티븐 스필버그, 조지 루카스 등이 자신들의 영화에 모티브였다고 말하며 팬인 것을 밝히기도 했었죠.(일본 자국 보다 오히려 서구권에서 도 호평을 받은 탓도 있겠지요.)

그는 많은 감독들이 오마쥬라던가 리메이크의 욕망을 느끼는 존경과 질시의 대상이기도 합니다.

그의 라쇼몽은 여러 가지로 변용이 되고 아직도 무대화 되고 있죠.

조지 루카스의 스타워즈’(1977) C3PO R2D2의 경우 숨은 요새의 세 악인(三惡人)’(1958)(2008년 히구치 신지에 의해 리메이크)을 모티브로 해서 레이어 공주와 연계해 만들어진 캐릭터이고 코엔 형제의 밀러스 크로싱이나 월터 힐의 라스트맨 스탠딩은 그의 작품 요짐보를 리메이크 한 것이며 ‘7인의 사무라이의 경우 존 스터지스의 황야의 7(The Magnificient Seven)’(1960), 서극의 칠검’, 안톤 후쿠아의 태양의 눈물등으로 수많은 변용(애니메이션 , 에스 에프, 각 나라 실정에 맞는 변용까지)과 함께 리메이크 됐었죠.(‘7인의 사무라이역시 다시 리메이크 될 예정이고요. 각각의 영화들은 사골 우리듯 아주 여러 번 리메이크 되었습니다.)

이 영화 들개도 자국에서만 두 번 리메이크 되었고 각국에 영향을 끼친 작품들이 꽤 있습니다.

그 중에 소재나 방식에서 영향을 받은 것이 분명한 영화중 최근작으로 루 추안(陸川)사라진 총(尋槍, The Missing Gun)’(2002)을 들 수 있겠습니다.(훌륭한 감독겸 배우인 강문의 혼돈을 표현하는 연기가 좋아서 같은 소재이면서도 많은 차이를 느끼게 하는 영화였습니다.)

 

<사라진 총(尋槍, The Missing Gun)(2002)-루 추안(陸川)>

 

무엇보다 이 영화 들개에서의 일반적인 관람 포인트는 아직 풋내 나는 집념의 젊은 형사 무라카미 역을 맡은 미후네 도시로의 고독과 불안을 표현한 것이고 그 주변의 인물인 사토 역의 시마무라 타카시와의 전형적인 노형사와 젊은 형사의 콤비 등과 각 군상 들의 전형적이지만(전형적이라고 할 수 만은 없는 것이 이 영화의 시기가 1949년이라는데…) 세세한 주변묘사 들일 겁니다.

더위에 땀을 흘리는 사람들, 객석에 꽉 찬 사람들이 댄서의 몸을 훑으며 담배를 피고 빙과를 먹고, 야구장에서 소동을 벌인다던가, 또 취조 중에 빙과를 먹는 장면 그리고 퇴근 후 맥주 한 잔을 걸친다던가, 아내가 손님을 맞이하고 있는데 투덜대며 혼자 일만 하는 남자의 모습이랄지 하는 것이 단순하고 단조로운 화면에 디테일을 부여해주고 있지요.

 

<용의자를 쫓기 위해 야구장을 뒤지고 있다. 이 후 전개되는 용의자 체포의 장면들은 이 후의 영화에도 영향을 끼친 장면들>

<무희들의 몸짓을 흥미롭게 지켜보고>

<수박을 먹으며 손님을 기다리는 여인>

<취조중에 빙과를 나눠먹고 담배도 나눠 핀다^^>

<경찰들이 온 것에 탐탁지 않아 하면서 계속 일만 하는 사내>

 

이 영화의 내용은 단순합니다.

그 단순한 내용을 단순하고 효과적으로 풀어냈기에 오늘 날에도 매혹적으로 다가오는 것이겠지요.

이 영화는 은유나 대치적인 표현을 자제하고 날 것의 느낌이 들 정도의 거칠고 직접적인 방식으로 내용전달을 하고 있죠.

처음의 사격장 장면과 총을 잃을 때 까지 직접적이고 무덤덤하게 묘사합니다.(이 영화에 리얼리즘적 요소를 전후 사회에서도 찾지만 이런 장면적인 툭 던져놓은 듯한날 것의 표현이 좀 더 직접적이라고 생각됩니다.)

이 후 총에 대해 모든 관심이 가 있는 상황에 가서는 미후네 도시로 만을 뒤쫓듯 진행이 시작되지요.

 

<시작과 동시에 들개 헐떡이는 장면에 타이틀이 뜹니다. 무지하게 직접적이죠^^>

<들개 타이틀 이 후 시작과 동시에 별다른 설명 없이 바로 사격장으로 연결된다.>

<무더운 날의 버스 꽉 차 있는 가운데엔 소매치기도 있고 여러 군상 들이 있지만>

<이렇게 직접적으로 추적이 시작된다.>

<소매치기 여인을 향한 스토커식 막가파 추적과>

<범인인 유우사를 쫓는 마지막 까지 지독하게 고생하며 쫓는다.>

 

무엇보다 이 영화에서 인상적이면서 주가 되는 장면들로는 반복적으로 사라진 총을 찾아 다니면서 벌어지는 연속적으로 등장하는 추적과 추격씬이라 할 수 있습니다.

스토커와 같은 대놓고 추격부터 황량한 전후의 일본 시가를 헤메이는 장면들이 있는데 뻔하지만 확실한 구성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황량한 시가와 볼품 없는 공간을 그저 대놓고 쫓을 뿐인데도 비어있다는 느낌보다 긴박감이나 집요함이 느껴지는 것은 탄탄한 구성과 함께 관객을 배역에 몰아가게 했던 결과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답답한 실내 공연을 마치고 땀에 절은 채 힘들어 하는 어린 무희들>

 

또 이 영화에 특징적으로 계속되는 묘사로는 더위에 대한 여러 표현이 있는데요.

더위나 비 자체가 스릴러에 잘 어울리는 기후적 특성이며 그 자체가 내용의 깊이를 부가시켜주는 도구가 되기도 합니다.

계속 흐르는 땀을 닦아내고 옷에 맺히고 흐르는 비와 진창에 질척이고

이런 류 에서는 시원함 보다는 좀 더 답답하면서 끈적끈적하고 처절한 느낌을 부여해주기도 하지요.

이런 요소들은 제이 리 톰슨의 케이프 피어(Cape Fear)‘(1962)라던가 실화를 바탕으로 한 스파이크 리의 썸머 오브 (Summer of Sam)’(1999)같은 스릴러 부류나 많은 공포영화 들에서도 자주 사용되는 방법들이지요.

 

 <더위속에 고생하며 세상을 훑는 무라카미의 눈이 간단한 몽타쥬에 디졸브 되어 효과적인 표현을 이루고 있다.>

 

영화에서 가장 눈길이 가는 것은 무라카미의 정처 없는 추적의 장면이겠죠.

 

<사실 이런 자세의 대치는 이 영화에서처럼 이 정도의 거리가 있는 총을 쥔 상황에 어울리지 않은 과장이랄 수 있다. 하지만 활극과 같은 긴장감을 유지하기 위해 활극의 대가답게 살진(殺陳) 구성과 같이 선택한 것이리라.>

 

그리고 최후에 범인을 잡기 위한 긴장과 추적, 격투 들도

이 영화를 보통 평하면 당시 일본사회의 단면을 다큐멘터리 적으로 풀어놓았다 뭐 이런 얘기들이 주류입니다.

전 후의 비참함, 부족함, 황량함 뭐 이런 것 들을 리얼하게 다뤘다 이렇게 논하는 거죠.

그 말도 틀린 말은 아니겠죠.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이런 평을 한다?

게다가 1949년이 배경인 영화에?

당시 궁핍하다고 해 봐야 극중에서도 보여지는 궁핍하게 보이는 사람들은 범인 유우사 근처의 빈곤층이나 범죄가 벌어지는 변두리 유곽뿐입니다.

물론 전체적으로 황량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외려 일부 도시와 북적거리는 빈민촌이 아니라면 그 시기 세계 각 곳은 거의 이런 모습이었을 테죠.

 

<꽉 찬 야구장. 전 후의 관심을 돌리려는 것이겠지만 배곯이엔 장사 없으니 어려움 속의 여유랄까?>

<전 후의 빈곤처럼 다뤄놨지만 시대상을 본다면…>

 

퇴근해서 맥주로 집에 들어와 수박이나 간단한 안주를 먹고 아이들 자라는 것을 지켜보는 것이 낙인, ‘여유는 없지만 소박한 삶이라고 형사들의 삶을 다뤄놨지요.

그 당시는 말 할 것 없이 지금의 우리 직장인 들은 그 보다 뭐가 더 낫겠습니까?

현대에도 극빈층은 존재하고요.

오히려 불쌍한 척 못한 척 하면서 야구장에 관객 꽉 차서 있고 이런 저런 유흥을 즐기고 생계가아닌 허영과 욕심 때문에 범죄를 저지르고…

이 영화에 대한 다른 이야기 들은 모르겠고 뭐든 얘기가 다 일리는 있는 것이겠지만 이 것을 전후 빈곤의 코드로 보는 부분은 썩 동감이 가지 않더라고요.

전쟁에 져서 식민지들 수탈하던 때 보다 원한 만큼의 호의호식을 못할 뿐인 거죠.

당시 우리나라가 어땠는데 그 걸 그렇게 보다니

영화 자체의 묘사는 사실적이나 그 사실적 표현을 빈곤 혹은 궁핍으로 포인트로 잡는 시각은 옳아 보이지 않습니다.

일단은 영화얘기 중심의 포인트가 엇나가는 것 같으니 각설하고 얘기하자면 이 이야기의 쫓는 자와 쫓기는 자 무라카미와 유우사는 제대 직후 궁핍하고 각박한 세태에 휩쓸리지요.

제대와 동시에 둘 다 군생활로 모은 돈을 털리고

무라카미는 그런 세태를 바로잡기 위해 바른 생활 주의의 뻣뻣한 형사가 되고 유우사는 상실감에 방황하다 한탕을 노리는 그런 인생으로 전락합니다.

일반적으로 이 부분에 대해 보는 시각들은 뭐 같은 시작 다른 길이라는 인생의 선택에 관한 문제인데요.

제 생각엔 분명 시작 또한 같지는 않았을 겁니다.

물론 인간 각자의 본 개념이 틀릴 것이고 가정적 여건도 틀렸을 것입니다.

단순하고 근시안 적으로 똑 같은 조건인데 한 사람이 잘못 되었다 하면 그런 놈들이 원래 그래로 보는 편협된 시각이 아닐런지요?

일례로 총을 가진 후의 행동들에서 상황과 배경 또한 무시할 수 없고 기본적인 인간성의 차이 또한 있기야 있겠죠.

 

<유우사는 강도를 위해 한 가정을 깨 놓습니다. 이 것은 공공의 적’(2002)에서의 대사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마라? 죄가 무슨 죄가 있어 죄 짓는 사람이 잘못이지와 같이 유우사 개인의 잘못이지 못 사는 놈은 다 그래의 선입관 과는 상관없고 영화를 다루는 편한 도구 였을 뿐이라고 느낍니다.>

 

하지만 그 것을 일반적으로 보는 그런 그릇된 시각들이 얼마나 사람의 격차와 차별을 더 부르고 선입관에 의해 못 가진 사람을 점점 무시하게 되는 그런 생각, 그런 풍토가 되어 버렸으니까요.

총기류 습득시 신고를 할 사람도 있을 것이고 겁이 나 버리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범죄에 사용하기 위해 사제 총까지 만드는 사람이 있는 것을 어떻게 보아야 할까요?

유우사는 심지가 얕은 사람이겠죠.

게다가 못 가진 사람입니다.

하지만 그렇게만 몰아갈 것이 아니라 다양하게 보는 시각은 늘 존재해야 하니까요.

실제로 생계형 범죄나 치정관련, 단순 강도가 아닌 큰 범죄들은 못 가진 놈이 아닌 가진 놈 들의 행동일 때가 많지요.

우린 때론 ‘많이 가지고 있다’라는 이유로 그들을 존경까지 하고 그들 스스로 죄를 망각하고 존엄속에 사는 것이 당연하다 여기는 세태 아닙니까?

<선택에 의해 같은 시작 다른 결말을 맞이 한 두 청년을 나란히 뉘어 놨지만 과연 그 것이 같은 시작일까?>

 

그래서 일반적으로 멋들어지게 영화자체를 평해본다면 마지막 두 사람이 나란히 누웠을 때 같은 시작의 청년 들이 어떻게 달라졌는가의 의미를 붙여보겠지만 썩 그렇게 보고만 싶진 않군요.

멋 없고 삐딱해 보여도 그냥 이 영화자체의 미덕인 스트레이트로 우직하게 가는 것이 좋을 뿐. 그런 식의 비뚤어진 기득권 적인 시각은 버리고 싶거든요.

뭐든지 인간의 탓을 하는 종교관의 원죄주의의 영향 같기도 하고요.

하긴 사회가 이따위로 돌아가는 것도 인간 개개인의 잘못이 뭉친 것이기에 그 따위 매도를 하는 것이겠지만^^

 

-아 이 영화는 DVD나온지도 꽤 됐고 구해 보시기 쉬울 겁니다.

단순한 플롯에 깊이 생각 안 하면서도 그렇다고 내용 빈 영화도 아니고 좋은 미덕 또한 많이 지니고 있는 영화입니다.

필견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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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자문살수(忍者門殺手, Duel of In-ja Hall)(1982)-김시현

-아래 이미지는 해당 저작권자에게 권리가 있으며 아래 글은 약간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아래 이미지 들은 국내에서 소실되어 DVD 미출시 된 영화이므로 손상된 채 발간된 해외판의 이미지입니다. 그리고 부득이하게 일부 배우의 경우 배역명 대신 배우명을 사용했습니다.)

 

감독 : 김시현

제작 : 국제영화흥업

출연 : 황정리, 거룡, 서정아, 임자호, 여영림 외

 

본 영화를 만든 김시현 감독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액션영화 감독 중 하나입니다.

멜로, 사극, 액션 등 역시 다양한 장르에서 활동하였지만 그의 본령은 누가 뭐래도 액션입니다.

65성난 얼굴로 돌아보라’(1950년대 중, 후반부터 그 당시 세계조류를 휩쓸던 영국의 앵그리 영 맨의 조류를 이끈 존 오스본의 작품과는 제목만 같은 갱생하려는 깡패의 이야기)로 데뷔 66긴 여로로 신인감독상을 탔습니다. 그는 당시 잘나가던 우리감독들이 거의 그렇듯 데뷔초기부터 다작을 하게 되는데 주로 남성적인 색채지만 주인공이 갱생하던지 파멸하던지 분명한 결말의 영화를 해오다가 그 색채가 더 강해지면서 점차 범죄영화에서 액션, 무협으로 그 장을 연장하게 됩니다. 게다가 본래 그 시기 우리나라는 일제하에서 사멸되거나 위축됐던 무술이 재 발굴되고 군인정권 특유의 강병에의 의지에 의한 군대무술과 태권도가 강세였던지라 각국에 사범들이 건너가고 영화계에도 점차 실력 있는 무술인 들이 대거 유입되던 시기였습니다.

그래서 그에 발맞춰 김시현 감독도 다양한 무국적적 혹은 탈국적적 영화를 찍게 되었고 수라문의 혈투’(1967), ‘강인의 무덤’(1975), ‘일지매 시리즈’(1976), ‘흑도’(1977), ‘최후의 정무문’(1977), ‘오대제자’(1978). ‘십팔통문방’(1981), ‘소림사 용팔이’(1982), ‘인자문살수’(1982), ‘뇌권’(1983) 등의 수 많은 대표작 들을 뽑아내게 됩니다.

이 시기 잔 손동작과 느린 움직임의 중화권과는 달리 쭉쭉 뻗는 발차기가 일품인 우리식 액션들이 퍼져갔고(이소룡 이전엔 합작을 명목으로 그리고 이소룡 등장 이후 그의 파트너로 들어간 한국의 무술인들. 이소룡의 등장으로 수기위주에서 족기로 변하긴 했지만 그의 사후 다시 주춤하며 한국인력 들을 대거 수입하게 됩니다.) 1974년 쏟아져 나온 한용철이 출연하고 이두용이 감독한 태권 영화를 표방한 영화들(이두용 감독은 황정리, 한용철, 권영문 등을 발굴)이 히트하면서 이러한 발차기 영화들은 한국액션의 상징이 되었고 이 역시 김시현 감독의 영화에 출연한 배우들(황정리, 거룡 등 한국의 많은 액션 배우들)에 의해서 연결되지요.

 

<평범한 체격이지만 매서운 눈빛과 강맹한 술기로 거한들도 압도하는 황정리의 카리스마>

 

<역시 키는 작지만 발달된 근육과 코믹하면서도 호쾌한 액션을 펼쳤던 거룡>

 

<본격적인 액션을 하는 여배우가 드문 요즘에 더욱 눈에 띄는 과거의 여배우 서정아>

 

<역시 한 발차기 하기로 이름났던 임자호>

 

<이 들 세 주인공의 황정리의 인자문에 대한 도전인 인자문 살수’>

 

이 영화 ‘인자문살수’만을 우선 따지고 보자면 한동안 성룡 영화 등과 더불어 빛을 보던 수 많은 우리 액션영화 중 그 시기적으로 마지막 불꽃이라고 볼 수 있는 80년대 초 중반에 해당하는 영화지요.(이는 절묘하게도 감독을 하면서 재미를 본 성룡의 현대액션으로의 옮아감과도 시기를 같이 합니다. 우리액션은 그 흐름을 따르지 못했었다고 볼 수도 있을 듯)

우선은 그 시기 우리영화가 그랬듯 만주 웨스턴 이후 계속되어온 작은 땅 콤플렉스라고 할까? 대륙의 그리움이라고 해야 할까? 어쨌던 자유롭게 펼쳐서 액션을 하기에 우리나라는 너무 좁고 현실적인 것을 고민하다 보면 사극적 냄새가 난다. 뭐 이런 저런 편의성으로 무국적적인 설정을 하거나 사료와는 전혀 상관 없는 불분명한 시대적 배경을 만드는데 이 영화 역시 그렇습니다.

근대의 어떤 날 중국(설정상 청나라) 이지만 변발한 사람 하나 없고(당시엔 중국영화인 ‘취권’ 등도 그랬죠^^) 또 일본인이 아닌 문파로써의 닌자까지 붙박이로 터잡고 설치고 거기에서 장사하는 자는 조선의 유민이고… 뭐 그냥 배경 빌리고 풀고 싶은 대로 액션의 돗자리만 중국이라고 깔았다라고 밖에 볼 수 없는 현실 무시 설정이지요.

 

<하북 거부 양대인의 딸 설화(여영림)의 배필을 뽑는 무술대회가 열리고…>

 

얘기는 아주 전형적입니다.

들어있는 코드 또한 전형적이다 못해 하품 납니다.

얘기인즉슨 부자가 무술 대회를 열고 우승자에게 딸을 주려 한다. 그런데 딸은 납치되고 부자와의 악연과 거기에 관련된 출생의 비밀까지 엮이고 결국 사악한 악당과 대결 남녀 모두 행복하게 끝난다. 뭐 이런 뻔한 스토리지요.

그러면 왜 이 영화를 소개 했을까? 물론 이유는 있지요.

이 영화는 몇 가지 면에서 볼 재미가 있습니다.

그 뻔한 내용을 어떻게 풀었느냐에 대해서죠.

액션을 많이 찍어본 솜씨답게(현대 기준으론 느리지만-배우의 기량이 그렇단 얘기가 아닙니다.) 아예 박자까지 맞춘 액션이 벌어집니다. 안정적인 액션이라 이거죠.

그러나 진행은 완급 없고 뜬금없이 중구난방인 단점도 있지만 원 설정부터 그렇듯 이 영화 자체가 그런 것을 따지고 보는 영화가 아닙니다. 그냥 보여주는 대로 즐기면 되는 영화지요.

그리고 이 영화엔 발차기의 달인 황정리의 카리스마가 절대악한의 무게를 지니고 자리잡고 있죠.

 

<두 명의 고수와의 접근전 에서도 능숙하게 방어를 합니다.>

 

<고수를 상대로 시원한 발차기 시전 후 두 발 모아 관자놀이를 내려찍는 황정리의 무시무시함>

 

<한 번에 모둠발로 아랫 배 급소부위를5~6회 걷어찬다>

 

<싸우려고 주먹을 꼬나 쥔 두 고수의 뒤통수를 한 번의 도약으로 각각 걷어차기도>

 

이소룡과 전혀 닮지 않았고 외려 성룡 같은 코믹한 연기로 사랑 받았던 한국형 이소룡 거룡의 모습과 역시 한 발차기 하는 배우인 임자호 게다가 드문 액션 여배우인 서정아의 액션 또한 볼만 하지요.

심각한 상황의 영화임에도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요소로써의 우스개 들로는 의도했던 부분과 아닌부분을 포함해 닌자들의 어설픔이라던가 인물들의 정성 없는 패션, 그리고 남, 녀 성별을 바꾸었는데도 기가 막히게 눈치 못 채며 어이 없게도 그냥 믿으라고 하는 장면들이라고도 할 수 있겠네요.

 

<땅속을 누비다 멋있게 등장하지만 웬 걸 청나라 시대에 웬 골판지 박스냐?>

 

<연기속에 사라지려 하지만 연기가 가실 때까지 보이네>

 

<이 여장에 거룡이 넘어가는 설정이니…-_-:>

 

<흰 가발만 쓰고 노인으로 위장했던 어설픈 닌자와 유곽인지 포장마차인지 알 수 없는 그 곳엔 어설픈 손 글씨로 인자라고>

 

<주모는 어설픈 여장을 풀고 도전하다가 벗겨진 채 맞는다>

 

<’용문객잔의 상관영봉을 연상시키는 서정아의 남장(?)>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큰 엉덩이를 보고서야 의심하기 시작하는데>

 

이 영화는 현재 국내에는 대본으로 밖에 남아있지 않습니다.

그러나 해외에서 손상되고 더빙된 채로 유통된 DVD가 남아있는데 감독은 김시현 감독이 아닌 하지강(何致强, Godfrey Ho)으로 되어 있습니다.

하지강은 본래 오우삼과 함께 장철 감독의 조감독 출신으로써 스승의 뒤를 따른 오우삼과는 달리 일찍이 이해타산에 밝았던지 될만한 아시아권 영화들을 헐값에 죄 사들여 자신의 이름을 붙여 서구에 팔아 넘겼습니다.

참으로 몹쓸 일인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말 답답하고도 안타까운 사연은 그 시기 우리영화의 가치도 모르고 제대로 된 계약의 개념도 안 박힌 채 순박하다 못해 무지한 지경으로 네가 원판이나 본편 프린트를 헐값에 용돈벌이 하듯 넘겼던 것이 일차고 또 하나는 역으로 그 때문에 그나마 훼손 본이라도 남아있다는 것.

그렇지 않고 국내에 남았더라면 어느 고물상의 밀짚모자 장식으로 사라져 버렸을지도 모른다는 것입니다. 보존의 중요성을 모르던 시기이니…

해외의 액션 팬 들과 현재 이런 액션을 찾아보는 분들은 이 영화를 애써 만들어 공급했던 우리의 영화인 들 보다 사기꾼 하지강이 더 고마울 수도 있는 지경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본 영화도 서구인 들이 아시아인이 영어가 유창하면 어색해서 주로 어눌한 발음을 위해 호주인 들을 기용해 녹음했다는 소문이 있는 그런 류의 영어더빙이 되어있고 그들 시청자의 티비 사이즈에 맞춘 4:3으로 출시됐던 비디오를 DVD로 재발매한 것이기에 화면 사이즈마저 훼손되어 있습니다.

 

<’남권북퇴시리즈 이후 걸핏하면 붙는 ‘Secret…, …’식의 영어 제명>

 

그래서 등장인물 들의 이름도 모두 그들식의 영어 예명이지요.

더욱이 황정리의 이름 표기시 서구인에게 가장 큰 인상을 준 무술 영화 중 하나인 오사원의 ‘남권북퇴’(1976)에서 왕도와 유충량의 두 고수를 가지고 노는(결국 황정리 악역의 패턴대로 협공 혹은 치명타로 사망하는 결말) 놀라운 발차기의 고수역의 배역명이었던 Silver Fox도 이 영화 타이틀에 병기되었는데요. 이는 그 정도로 캐릭터의 각인이라는 것이 중요하다는 얘기입니다.

이런 안타까운 부분을 보면 가지고 있는 자원도 지키지 못하고 어려움 속에서도 우린 열정 하나만 가지고도 꿀리지 않았다고 말할 수 있었던 자랑스런 영화인 들이었지만 이젠 가진 것도 지키고 이상과 열정 또한 함께할 수 있었으면 합니다.

그래서 그들의 시대를, 그들의 영화를 사랑했던 한 사람으로써 그들의 무용담이 씁쓸한 것이 아니라 자랑으로 우리에게 이어져 발전되었으면 하는 마음도 있습니다.

얼마 전 이두용 감독, 황정리, 거룡, 왕호 이 네 분의 근황을 접했는데 현재도 청년처럼 열심히 활동하고 계시고 노장들이지만 앞으로의 영화계획도 구체적으로 갖고 계시다는 반가운 소식이었습니다.

자꾸 우리 영화를 소개하면서도 쉽게 볼 수 없는 영화들을 소개하는 것 같아 미안하네요.

그래도 구해 보시려면…… 구하면 구할 수 있을 겁니다.

 

<소위 전형적인 결말이란 것이죠. 적을 물리친 남녀는 쌍쌍이 짝을 지어 행복하게 오래 살았거나 말거나~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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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부두 고슴도치(Hedgehog of the Third Quay)(1977)-이혁수

-아래 이미지는 해당 저작권자에게 권리가 있으며 아래 글은 약간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흑백사진 들은 DVD미출시 영화이므로 고른 이미지가 없어 네이버등에서 퍼온 스틸 사진입니다. 본 영화는 본래 칼라 영화입니다. 이 외의 사진은 여기저기서 퍼온 사진도 있습니다. 그리고 부득이하게 일부 배우의 경우 배역명 대신 배우명을 사용했습니다.)

 

감독 : 이혁수

제작 : 화천공사

출연 : 이대근, 신성일, 박원숙, 이인옥, 최병철, 이강조, 최무웅, 이해룡, 최성규, 임해림, 박동룡, 최재호, 조춘, 심상현, 황건, 홍윤정, 김기범, 임성포, 한명환, 조대건 외

 

3부두 고슴도치라는 제목만을 보고 이 영화의 장르를 맞출 수 있겠습니까?

만약 제목만 보고도 이 영화에 대해 감을 잡았다면 그 분은 한국영화를 많이 본 분이나 아니면 40대 중반 이상일겁니다.

여기서 말한 물류 운송지인 부두란 것이 참 이상한 것인데 오고 가는 물류 속에 싹트는 주먹, 마약인지

우리나라 최대의 대기업의 사카린 밀수도 이런 데서 벌어졌던 거니까

어쨌던 많은 부두자가 들어간 영화는 부두에 대해서 상당히 부정적인 인식을 주기 마련이지요.

특히 여기 제목이 된 부산의 제 3부두는 이런 움직임의 단골이었습니다.

반공물이나 아니면 관련의 밀수 사건이 나도 인천이나 유사항만 들보다 지역적으로 멂에도 불구하고 즐겨 사용되어 왔습니다.

이런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겠죠.

우선 대한민국 최대 항이라는 것과 일본과의 가교라는 점 게다가 한국전쟁 이후 각 지역의 인구가 집산되어 혼합된 지역이며 앞서 말한 밀무역의 중심지이기도 했기 때문이겠죠.

당시 이런 연유로 조총련계를 매도하는 많은 반공영화에서도 애용되고

얘기가 새는 것 같으니 일단 각설하고 이 영화 3부두 고슴도치에 대해 얘기해 보면

목포출신으로 갑자기 나타나 부산을 술렁이게 한 고슴도치고만석으로 출연한 이대근을 위시한 출연진의 면면들로 이 영화가 액션물임을 알게 되실 겁니다.

 

<외상(?)으로 최고의 양복점에서 옷을 맞추러 와서도 힘을 이용 떳떳하게(?) 형님 소리까지 들어가며 대우받는 고슴도치>

 

약간의 의외라면 살모사박정호 역할을 한 배우 신성일의 이름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일반적인 이미지만 그렇지 워낙 출연작이 많은 분이시라 표는 별로 안 나지만 상당수의 액션과 악역을 하셨던 분입니다.

이 얘기를 꺼내는 이유도 이 영화에서 그가 악당으로 나오기 때문이겠죠.

 

<’살모사의 젠틀하면서도 야비한 모습과 고슴도치의 투박함과 너스레를 대조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이 영화의 감독인 이혁수.

이 영화와 같은 부두 액션물, 김두한 시리즈, 시라소니 시리즈, ‘거지왕 김춘삼’, ‘용호의 사촌들등 많은 액션 영화와 소림사 흑표’, ‘달마신공’, ‘소림사 목련도사’, ‘파천신권등의 무협영화, 그리고 이계인이 김득구로 분했던 휴먼 드라마 울지 않는 호랑이’(‘록키의 영향과 비극적 죽음에 의한 신파는 어쩔 수 없었지만 관객의 눈물을 쏙 빼놓았던 만큼 같은 소재를 다룬 곽경택 감독의 챔피언보다 뛰어나다고 생각되는 작품), 한국 공포물의 한 획을 그었다고 평가될 만한 여곡성등 다양한 장르의 영화를 만들어 온 분입니다.

다만 액션영화에 강했기에 그쪽에 치우친 활동을 하신 편이죠.

그의(그 혼자 만이라고 보기보단 그와 함께한 시대의 액션배우 들과 함께) 액션은 이 전의 액션영화 그리고 이 후 액션영화들과도 차이가 있다고 볼 수 있는데요.

그 이전의 액션은(무협물 제외) 주로 허우적거리고 힘없이 나가 떨어지는 식이었는데 그의 영화에 와서는 헐리웃 서부 영화식의 한 방이 주를 이룹니다.

 

<이명세 감독의 인정사정 볼 것 없다를 연상시키는 진흙과 바다에서의 대 사투>

 

마치 이대근이 존 웨인이 된 듯 느릿느릿 다가가 강한 펀치를 날리면 상대방이 나가 떨어지고 다른 적들이 달려들면 거기에 연이은 공격들이 당수와 함께 빠르고 강렬하게 꽂히는 뭐 이런 형식인데 이 좀 더 힘있고 호쾌하면서 단순한 액션이 90년대 액션의 사양기에 무게 잡는 조폭 영화 들에까지 이어진 것은 좀 아쉽기도 합니다.

또 그가 실존 인물 들을 많이 다뤘기에 숙명적으로 벌어질 수 밖에 없는 깡패를 미화한다는 시선 또한 빗겨갈 수는 없겠고요.

물론 영화들은 재미있어서 그는 80년대 까지는 인기 감독이었습니다.

 

이 영화의 배경은 제목에 얘기된 부산의 제 3부두입니다.

그리고 출연진의 면면은 한국 액션영화의 단골마담인 박동룡, 이강조, 조춘 같은 분들이 있죠.

거기에 서정적인 영화를 좋아하는 분들에겐 단편영화지만 인기 높았던 임순례감독의 ‘우중산책’의극장 노인역을 한 최병철씨 까지…

남성적 색채에 치중된 영화이기 때문에 비교적 비중은 작지만 중요배역인 박원숙 씨의 출연이 특이할 만 한데요.

시장상인, 팔자 센 과부, 호스티스, 이후엔 어머니, 시어머니 상 등등 강하고 임팩트 있으면서 까칠한 성격의 연기를 많이 한 분이죠.

이 영화에선 채 서른이 안 된 젊은 나이에 소화하기 힘든 술집사장 겸 조직의 여보스 역을 해내고 있습니다.

 

 

<박복하고 팔자 드센 여인의 연기를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많은 영화에 조, 단역으로 아직도 활동하고 계시며 몇 편 안 되는 주연급 작품이지만 통통 튀는 매력 혹은 순종적인 여성상을 그려내신 ‘장미’역의 이인옥(과거 삼해김 광고나 사극의 궁중나인, 버스차장, 군대 위문 온 간호사 등으로 나오고 송재호 씨의 상대역으로도 나왔던 기억이 납니다.)씨도 중요한 비중이 있지요.

 

<어렵지만, 때로는 눈물짓지만 꿋꿋하게 살아가는 여인의 역할>

 

포스터에 적혀있듯 이 영화는 TBC(현KBS2-전두환의 방송통폐합의 철퇴를 맞아 강제합병 된)의 라디오 드라마 ‘목격자’의 에피소드를 확대 극화한 영화가 되겠습니다.

예나 지금이나 라디오 드라마의 주요한 무대가 된 것은 가족극, 역사를 배경으로 한 역사극, 그리고 수사극과 간첩이 나오는 종류였는데 이 역시 그 중 하나인 수사물과 간첩물의 합점 정도 되는 작품이었습니다.

하지만 이혁수 감독이 만들고 이대근이 주연을 함으로써 배경에 그런 내용들만 깔아둔 채 액션물로 포장이되고 당시 작은 아세아 극장의 단관 상영으로써는 성공적인 112,720명의 흥행을 거두기도 했습니다.

 

<이 영화에서의 이대근의 캐릭터를 보여주는 인상적 한 컷>

 

하지만 이혁수 감독이 만들고 이대근이 주연을 함으로써 배경에 그런 내용들만 깔아둔 채 액션물로 포장이되고 당시 작은 아세아 극장의 단관 상영으로써는 성공적인 112,720명의 흥행을 거두기도 했습니다.

 

-이 영화의 구체적 스포일러를 적었다가 뺍니다.

DVD출시가 안돼 구해 보기는 힘들겠지만 현재 전하고 있는 영화고 비디오도 출시됐던 영화인지라 볼 수 있다면 보실 수 있는 게 좋다고 생각하기에…

저 자신도 볼 영화인데 미리 내용 들으면 김이 빠지거든요^^

 

<아따 한 번 봐 보랑께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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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가씨 참으세요(Miss, Please Be Patient)(1981)-이형표

-아래 이미지는 해당 저작권자에게 권리가 있으며 아래 글은 약간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흑백사진 들은 DVD미출시 영화이므로 고른 이미지가 없어 한국 영화 데이터 베이스에서 퍼온 스틸 사진입니다. 본 영화는 본래 칼라 영화입니다. 이 외의 사진은 여기저기서 퍼온 사진도 있습니다. 그리고 부득이하게 배역명 대신 배우명을 사용했습니다.)

 

 

감독 : 이형표

제작 : ㈜동아 수출공사

출연 : 정윤희, 당룡(김태정), 서영란, 권영문, 이강조, 안소영, 배수천, 조재성, 문태선, 박동룡, 백황기, 신찬일, 유화춘, 이석구, 국정환, 태일, 박윤근, 이규철, 김덕행, 박행철

 

영화의 역사는 이제 한세기를 넘어가는(1895년을 시작으로 보죠) 비교적 젊은 예술 분야이지요.

그 중에도 우리나라의 영화적 역사는 매우 짧은 편이지요.

이는 식민치하의 영향이 있기도 합니다.

해방 전에도 영화들이 만들어지긴 했었지만 제대로 된 영화는 몇 편 안되고 거의 일제에 의해 조작된 영화나 일제 말기에는 전쟁독려의 프로파간다 들에 불과했지요.

흔히 유명한 나운규, 윤봉춘, 이규환 감독의 그 시절 영화는 상당수 유실 되었고요.

이규환 감독 등이 맥을 잇는 가교로 자리매김 하게 됩니다.

영화의 명목은 근근이 이어왔지만 정작 지속적으로 영화가 만들어진 시기는 한국전쟁 당시 미군의 도움과 국가의 독려로 만든 계몽, 교육, 전쟁 독려 등의 목적성을 띈 프로파간다였습니다. 이 당시 많은 감독들이 자기 역량에 눈 뜨고 데뷔를 시작하게 됩니다.

이 시기에 영화계에 투신하거나 입지를 다진 감독들은 한국을 대표하는 감독이었던 대다수의 인물들로 신상옥, 김기영 등의 독자적인 노선을 다져나간 이 들과 선배들의 영향하에 시작한 유현목, 김수용(김수용 감독은 군 정훈국 소속으로 전쟁 중 영화를 만들며 영화인생을 시작) 등이 있습니다.

뭐 이렇게 서론이 기냐 하면 이 번 소개할 영화인 아가씨 참으세요의 감독인 이형표 감독이 이 시기 미국인 들에게 기술을 배운 뒤 촬영감독으로 시작하여 이후 작가 등등 거의 전 분야에 걸쳐 다양한 장르에 오랜 동안 작품활동을 해 온 분이기 때문입니다.

영화계에 투신하여 다양한 분야에 다양한 역할을 해왔던 이형표 감독은 동년배 들에 비해 비교적 늦은 1961년 그 당시 스타들을 총출연시킨 로맨틱 코미디 서울의 지붕 밑으로 성공적인 감독 데뷔를 하게 됩니다.

이 억압의 60년대가 영화역사에서 중요한 이유는 당시 서민들에게 꿈을 주며 산업적으로도 거대하게 성장했었지만 그 규모의 엄청남에 비해 수급인력이 귀했기 때문에 각자 감독의 장기가 있지만(이형표 감독은 일반적으로 코미디에 재능이 있다고…) 엄청나게 다양한 장르를 다작하게 됨으로써 서구 기준의 작가로써의 기준을 얼마간 맞춰가곤 했지만 자국에서의 폄하와 자료 보존의 미숙으로 서구와 달리 이런 재조명은 거의 되지 못한 것도 사실이기 때문입니다.

각설하고 이 영화를 보면 멜로, 역사, 액션, 무협, 공포, 코미디 등등 장르를 가리지 않은 활약을 한 그 당시의 다재 다능한 감독들 중 하나인 이형표 감독은 70년대 중기, 후기 유행한 하이틴 물을 거치고 80년대가 되자 당시 대학생이 나오는 젊은이 영화의 일환으로 이 영화 아가씨 참으세요를 만들었던 것처럼 보입니다.(여성성을 강조하는 시대와는 달리 돈 많고 당시엔 귀족 스포츠인 테니스를 즐기고 공부는 못하고 오래됐지만 외제 자가용을 끄는 멋대로 구는 여대생 들을 표현하는^^)

그러나 그 것은 시작뿐이고 시작 후 바로 뜬금없이 등장하는 김태정(이소룡을 대신해 사망유희’, ‘사망탑등에 출연하며 맹룡과강에서의 이소룡 이름 당룡(탕룽)을 예명으로 사용했었죠.)의 코믹한 액션과 정윤희의 친구로 나오는 서영란의 발차기는 오해하지마. 이 영화는 액션인 게야라고 바로 정체를 보여줍니다.

숨겨봐야 갑갑하니 바로 까서(?) 보여주는 것이라고나 할까?

 

<뜬금없이 불량배처럼 시비를 거는 김태정과 홍콩재벌 딸인 왈가닥 정윤희가 지켜보는 가운데 그 친구인 합기도 관장의 딸인 서영란의 발차기가…>

 

<방심하고 장난 놀다 된통 당하는데…>

 

<코믹영화 취향의 감독답게 과거 그의 영화에서 구봉서가 했듯 이런 장면도>

 

이 영화는 그리 심각한 사상이나 영화사적 가치 같은 것을 생각할 필요 없는 오락적 영화지만 여러모로 재미있는 모습들을 보여주는 작품이기도 하지요.

심각한 사회적 비극에 무작정 던져진 여인과 성적 수동의 목적에 놓여진 백치적 가련한 여인 등을 많이 연기했던 정윤희가 티비 활동과 함께 밝은 모습을 보여주면서(그 전에도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전면 주인공에 나선 영화인데 특이하게도 교환학생인 홍콩재벌의 딸이란 설정과 그 친한 친구는 합기도장을 하는 고수의 딸… 그리고 길에서 만난 정체불명의 사내 김태정은 액션 또한 대단하고…

사회적 억압이 장난 아니었던 이 시기의 우리나라에서 맘 놓고 영화의 내용을 풀기 위한 일종의 쉬운 선택이었다고나 할까?

70년대 말 우리나라에서 이런 선택으로 이용했던 무국적적 설정이 여기에도 바로 적용됩니다.

곧 홍콩으로 귀국을 할 홍콩 재벌의 딸 정윤희 대신 그 친구인 고수의 딸 서영란이 납치되고 풀려나는 과정을 통해 그리고 이 것을 알아챈 악당들의 정윤희 납치기도 들을 보여주면서 말이죠.

70~80년대 많은 액션 영화에 출연했던 단골 악역 액션배우들도 다수 출연하고요.

<약간 순진한 설정이지만 서영란은 얼간이 보초를 유혹한 뒤 탈출하고>

 

<악당들은 정윤희의 집에서 납치를 위한 코믹한 공방을 주고 받다가 근처 공사장까지 가는데 코믹을 설정으로 정윤희의 엉덩이 부분 옷을 찢는 불필요함도 서비스 삼아 벌이고요>

전형적인 액션을 마음 놓고 펼칠 수 있는 설정인 공사장도 여지없이 등장해 줍니다.

재벌 딸이 자취하는 아파트 앞의 넓은 공사장은 일견 뜬금없는 설정이기도 한데요.

당시 개발붐이 있었기에 배경에 아파트가 걸림으로써 그래도 되는 양 넘어가지요.

어차피 ‘나름’ 세계적으로 치안이 확실한 나라인 우리나라… 게다가 서울의 어지간한 곳은 다 보는 눈이 있기 때문에 이런 설정이 나오려면 어차피 뒷골목, 벌판, 산속 등이 될 수 밖에 없었고 현실적인 면을 따지면 피곤해지니까 이런 쉬운 선택을 할 수 밖에 없었지요.

최근까지도 들판과 창고는 비주얼 뿐 아니라 사용의 편리성을 위해 즐겨 사용되는 액션의 마당이기도 하지요.

  

<불량배처럼 등장했던 김태정은 그녀의 가방을 가져다 주려다 우연히(?) 구출해 주게 된다>

 

납치됐다 풀려난 서영란의 아버지인 관장의 정윤희를 보호해주겠다는 제안은 공염불이고 그녀의 1일 보디가드로 고용된 김태정과 호감만을 남긴 채 헤어지고 맙니다.

여기서 또 한 가지 웃긴 점은 딸인 서영란(학점 미달의 대학 졸업반으로 나오는)이 마취제에 의해 납치 되었다 빠져 나왔음에도 대수롭게 여기지도 않는다는 점이죠.

아무리 딸이 고수라 해도 그 정도로 대담하다니…

아버지가 합기도 관장인 것은 여기선 중요하지 않은 사실이기 때문이고 주인공은 정윤희기 때문인 거죠.

아버지가 합기도 관장인 것은 서영란의 이 후 액션에 대한 나름의 타당성 부여인 것이고 그녀의 납치 또한 정윤희와 김태정의 관계를 맺고 악당의 정체를 알려주는 도구에 불과하기 때문이죠.

그렇기에 이리도 순진하고 쉬운 선택을 하게 됐을 겁니다.

이 영화는 계산 없이 액션과 유머를 보러 온 관객을 위한 영화니까요.

아무튼 우리나라 조직의 사장인 이강조의 지시를 받은 박동룡을 위시한 똘마니에 의해 계속되는 공방이 벌어지고

 

<국내 조직의 보스로 나오는 이강조는 김두한 형 시라소니 형에서의 김두한 역을 비롯 굵직한 악역을 많이 해왔다>

 

<짧은 분량이지만 항시 선 굵은 연기를 보여줬던 대표적인 액션 악역 박동룡>

 

역부족이라고 느껴 모신 홍콩의 고수 권영문이 등장합니다.

 

<콧수염과 발차기로 유명했던 권영문>

 

이강조는 김태정에게 거래를 제시하는데 김태정은 그를 자극할 목적으로 그의 정부인 안소영(‘애마부인’의 바로 그분)을 요구합니다.

 

<’애마부인에 출연하기 전에 출연한 영화이다. 어린 나이임에도 정윤희보다 더 성숙하고 어울리는 비주얼. 검색 사진은 최근 찍으신 누드 위주라 부득이 예전 것을 고른 건데…>

 

그러던 중 결국 그 하수인 들에 의해 정윤희가 납치된다.

여기에 또 황당하지만 재미를 위해 용서해야 할(?) 부분이 등장하는데

 

<어설픈 호신도구와 정윤희의 완만한 액션이 신기하게도 거의 통한다>

 

워키토키 안테나나 고춧가루 물총 등의 어설픈 호신도구가 조폭들한테 먹힌다는 점과 그녀를 구출하는 과정에 코믹설정을 위한 여장 등의 뻔하고도 말도 안되지만 항시 먹히는 설정이 등장한다는 겁니다.

 

<권영문이 이미 정체를 앎에도 분장하고 선글라스를 썼다는 이유로 바로 서영란에게 홀딱 빠진다는 억지 설정은 차치하더라도>

 

<김태정의 이 어설픈 여장도 먹힌다는 건…>

 

<어찌됐던 정윤희를 구출해 낸다>

 

이 후 이런저런 사건과 이강조의 회유, 그에 따른 안소영의 김태정에 대한 호감 등 뻔한 설정이 나오고 다시금 거듭되는 납치와 추적…

 

<안소영의 호감은 왜?>

그리고 결국 안소영의 도움으로 더욱 더 뻔한 일망타진이라는 결말로 영화는 대미를 맞게 되는데…

역시 마지막까지 이 영화가 코믹임을 보여주는 장면으로 다음 사건을 해결하려 출국하는 김태정이 정윤희를 외면하고 안소영과 작별하자 정윤희가 발끈하며 때리고 그러자 김태정이 ‘아가씨 참으세요’라고 외치며 제목이 왜 이 건지 알려주죠.

 

역시 이 같은 무국적적 영화의 기본은 홍콩과 인터폴이 나오는지라 여기서도 어정쩡한 동네건달 같이 보이지만 말도 안되게 센 김태정의 정체는 인터폴이라는 뻔한 설정입니다.

하지만 역시 한국적 정서답게 죽은 인터폴인 형의 복수를 위해 동생 인터폴이 온다는 웃기는 설정이기도 하죠.(인터폴이 동네 놀이터에서 맞으면 형 끌고 오는데도 아니고…)

그런 점은 앞서 얘기했듯 철저히 무시하고 재미면에서 보자면 허용되는 범위(?)라고 억지로 위로해 봅니다.

 

<마지막 액션의 무대인 홍콩 가는 배로 잠입한 액션 2인조>

특히 중후반의 추적과 마지막에 나오는 김태정과 서영란의 버디액션이나 권영문과 김태정의 발대결 등은 볼만한 장면입니다.

이 영화를 보면 배우들의 면면이 아쉽기도 한데요.

지금도 액션이 되는 여배우는 아주 드문데 서영란의 경우 체격조건도 비교적 좋고 시원스런 액션을 제대로 보여주는 여배우가 귀한 마당에 당시에 액션영화에 여러 편 출연했지만 그 나름의 대우를 못 받은 아쉬운 경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지금이었으면 어땠을까?’하는 생각도 해 보지만…

만일 요즘이라면 해외로 나가라고 하고 싶은…

그리고 역시 국내에서보다 이런저런 경로로 유출된 해외에서 더 인정 받았던 음지에서 열심히 활동했던 우리의 액션배우들…

 

<얼마 전 고국에 다니러 왔다는 김태정. 중년이 넘은 나이임에도 불구 지금까지도 건장하게 신체를 단련하고 있다>

 

게다가 조, 단역이 아닌 주연배우인 당룡의 경우 김태정이라는 본명이 있음에도, 게다가 외국에 진출해서 성공하여 온 배우임에도 그 시절의 외제를 좋아하는 정서(?) 탓에 예명인 당룡으로 나와야 했고 국내엔 기록조차 거의 없는데…

이런 경우는 그 뿐 아니라 외국에 거주하던 무술인 들(바비 킴, 챠리셸 등등)이 자국에서 받았던 대우이기도 했지요.(스타였음에도 그로 인해 더 금새 잊혀진)

과거부터의 문 숭상 무 천대의 역사가 액션영화에 대한 천시로도 이어진 정서상에 이유겠지요.

게다가 그와 반대급부로 아직도 아이돌 들의 이름이 외제인 이유와도 맞아 들어 가겠지요.

 

<당시 최고의 미모로 부족한 연기력을 커버한다는 평가를 받았던 정윤희>

 

그리고 이미 이십 수년 전 재벌가의 사모님(중앙건설 회장부인)이 된 정윤희라는 매력적인 배우에대해서도 많은 생각을 하게 됩니다.

 

본 영화의 소개 전에 많은 부분을 장황히 얘기했던 이유도 이런저런 아쉬움 때문이며 DVD제작은 안됐지만 필름이 남아있는(역시 출시된 비디오는 드물고 특별히 관심 없는 분은 찾아 보기도 힘들겠죠) 이 영화의 경우는 그래도 낫지만 많은 영화 들의 유실과 보기 힘듦에 대한 지껄임이랄까?
보고 싶은 영화는 언제든지 찾아볼 수 있는 기술이 있음에도 그리할 수 없는 현실에 대한 넋두리랄까?
보실 수 있다면 한 번 보시길 바랍니다.
단 깊은 생각 없이 상황을 즐기면서......

 

추신)

이 리뷰를 작성한 지는 한참이 되었는데요.

이 후인 2010년 4월 26일 수 많은 히트작을 남겼던 원로 감독 이형표 감독(1922.3.23~2010.4.26)께서 별세한 것을 비롯.

2011년 8월 27일 밤에는 미국과 우리나라를 오가며 이런저런 행사에 참여 건재함을 보이고 오랜만에 활동의 가능성을 보이시며 귀국했던 김태정 씨께서 복통을 느끼다 급서하시기도 했고요.(1957.7.2~2011.8.27)

복귀를 재촉하는 팬들곁에 지금이 평온하고 좋다며 복귀를 부인했던 정윤희 씨의 경우도 2011년 11월 22일(미국 현지시각) 유학간 아들을 잃는 비극을 겪었습니다.

유쾌한 기분으로 적었던 리뷰였는데 안타까운 소식들이...

위의 언급됐던 고인들의 명복을 빕니다.

Posted by thekinks
:

캐딜락 레코드 (Cadillac Records)(2008) – 다넬 마틴(Darnell Martin)

-아래 이미지는 해당 저작권자에게 권리가 있으며 아래 글은 약간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출연 : 제프리 라이트(Jeffrey Wright), 애드리언 브로디(Adrien Brody), 가브리엘 유니언(Gabrielle Union), 컬럼버스 숏(Columbus Short), 엠마누엘 슈리키(Emmanuelle Chriqui), 이몬 워커(Eamonn Walker), 모스 데프(Mos Def), 비욘세 노울스(Beyonce Knowles), 세드릭 더 엔터테이너(Cedric the Entertainer)

 

'영화는 제 7의 예술'이라는 리치오도 카뉴도의 100여년 전 정의가 아니더라도 영화는 다양한 요소들을 담고 있습니다.
카뉴도의 말 이전에 영화의 발명가 들(에디슨, 뤼미에르 등)은 돈이 될만한 것 혹은 신기한 것, 혹은 주마등의 실체화 구현 등 러 가지 목적을 가지고 영화를 만들게 됐고 그 이후 다양한 형식이 가미되며 오락으로써의 영화가 이뤄졌었죠.
단순 오락에 불과하던 이 시기 카뉴도의 말은 한 발 앞 서 갔다고 생각됩니다.
그 말을 방증하듯 이 후 곧바로 영화는 예술로의 길도 병행해 걷게 됩니다.
그러나 초기 필름 다르 등의 영화에서의 한계인 드라마의 채우기는 다른 예술이나 실화에 기댄, 즉 원작 의존도의 형식을 많이 따르게 됩니다.
다양한 시도 또한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영화를 폄훼 하는 사람들의 상당 수가 아직도 그런 사고에 갇혀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뭐 이미 오래 전 많은 이들에 의해 논의가 끝난 이야기인지라 이렇게 거창하게 떠들 필요도 없지만…

 

 

각설하고 오늘 소개할 작품으로 2008년 작인 ‘캐딜락 레코드(Cadillac Records)란 영화가 있습니다.
이 영화 역시 '실화'라는 소재의 외부적 선택을 했고 거기에 '유명인 들의 실화'라는 요소에 그들이 음악인이었다는 데에 더 많은 것을 기대어 가지요.
그리고 그 시대라는 가장 큰 소재를 현대의 영화에 얹혀 줬습니다.
이 정도면 참으로 훌륭한 토핑이라 할 수 있지요.
가장 미국적이며 가장 혼합된 음악이라 할 수 있는 블루스를 소재로 했으니 더욱 손 쉬우며 매력적인 선택이기도 합니다.
다들 아시겠지만 블루스 자체가 노예로 끌려 온 아프리칸의 감성과 한 그리고 서구의 음악이 변종교합 된 한 형식이니까요.

 

 

이 영화의 시작 역시 1941년의 미시시피. 남북전쟁 이후 무늬는 자유인이 됐지만 실제로는 아직도 노예와 같은 수탈과 차별, 모욕을 겪어야 했던 흑인들의 이야기로 시작됩니다.

 

 
<영화 속에서 이야기의 화자인 윌리 딕슨, 실질적인 주인공인 레오날드 체스와 무디 워터스>

노동요적 음악으로써 밖엔 삶을 표출할 수 없었던 갑갑한 현실의 흑인들 중 음악을 통해 자아를실현 하려고 그 곳을 벗어난 청년 무디 워터스(Muddy Waters-제프리 라이트(Jeffrey Wright))의 얘기로 이 매력적인 이야기는 시작됩니다.
그리고 또 하나 노예로 끌려온 아프리칸과 달리 굶주림의 속박에서 벗어나기 위해 개척의 삶에 뛰어든 가난한 폴란드계 이주민의 아들인 또 다른 청년 레오날드 체스(Leonard Chess-애드리언 브로디(Adrien Brody))의 야망 또한 시작됩니다.
가난과 함께 천대받던 흑인의 음악으로 돈을 벌겠다는 꿈 때문에 애인의 아버지로부터 강제적 결별을 종용 받게 됐고 그로 인한 절치부심과 야망이었던지 체스는 음악클럽을 열게 됩니다.
이 후 체스 레코드의 설립과 많은 뮤지션 들의 흥망성쇠가 따르고요.
결국 짧은 단맛과 긴 쓴맛을 경험해야 했던 그 들의 꿈이 이뤄진 것(?)은 후의 백인 후배들의 락 앤 롤이 본격화 되고 그들이 재조명 받기 시작 하면서가 아닐까 합니다.
이 방대한 배경의 이야기는 이야기의 재미를 위해 당연한 얘기지만 일부의 축약을 할 수 밖에 없었는데요.

 

 

그들이 잘 나갔던 시대가 캐딜락을 계약금 대신 주는 체스의 모습('캐딜락 레코드'라는 제목의 이유겠죠)과 줄줄이 따르는 여자들과 술, 마약 등으로 점철되고 어려운 시절은 체스와의 불투명한 금전관계 그리고 그들이 힘들어 하는 모습, 그리고 결국 체스 레코드가 문을 닫는 모습으로 보여줍니다.(물론 소송을 통해 뮤지션 들이 체스의 주인이 되고 오늘 날의 음악에도 그 정신은 이어지고 있죠.)
그리고 무디 워터스를 존경해 그의 노래에서 그룹명을 딴 롤링 스톤즈의 초청으로 그들이 영국무대에 오르게 되며 그들이 모두 락 앤 롤 명예의 전당에 올라있다는 식의 전형적인 귀결을 보여줍니다.
와중에 하울링 울프와의 반목, 리틀 월터의 방종과 죽음, 척 베리의 구속 등등이 쭉쭉 흘러갑니다.
그렇담 이런 좋은 소재에 좋은 출연진을 가진 영화인데 아쉬움은 없느냐하면…
위의 소재의 훌륭함과 배우…… 그 것이 다라고나 할까요? 영화는 왠지 빈 곳과 허점이 많이 느껴집니다.
처음 부분의 흑인마을의 정서처럼 느리던 호흡은 상영분량에 쫓겼다고나 할까 비약이 속속들이 나타납니다.
배우들의 호연이 그러한 빈 곳을 선방했다고나 할까?
나름의 축약과 영화적 재미를 위해 형제였던 체스의 운영진을 단일인물로 하고 그의 불투명한 금전관도 업적을 더 내세우며 두루뭉술 넘어가며 체스 레코드의 경영권을 넘긴 뒤 실제론 몇 개월 뒤에 죽었지만 문을 나서며 차량의 사이드 미러로 체스의 간판을 바라보며 바로 심장마비사 했다는 식의 극적 진행.

 


또 하나의 아쉬움은 락의 아버지 척 베리라는 인물에 대한 간략한 표현과 그가 구속되었던 흑인사회의 비극(영화에서도 소개 됐듯 백인 여자에게 휘파람을 불었다는 혐의로 소년이 살해당하고 버스에서 백인 남성에게 자리를 양보하지 않아 체포당한 로자 파크스 사건이 있던 시기였으니)은 단면적으로 넘어갑니다.

 

 

그리고 극의 간략한 진행을 위해 윌리 딕슨(Willie Dixon)-세드릭 더 엔터테이너(Cedric the Entertainer)분)의 내레이션으로 많은 곳을 넘깁니다.
완급이 부족한 이런 건너 뛰기식 구성과 실존 인물이 엄청나게 싫어했다던 비욘세 놀즈의 연기(물론 에타 제임스 본인의 입장에선 이제사 자신의 어두웠던 과거를 들추는 것도 불만인 터에 자신의 가수로써의 넘치는 프라이드에 대비해 패셔니 스타인 비욘세가 불만일 수도 있겠죠.-비욘세를 폄하하는 것이 아닙니다. 관점의 문제겠죠. 본인이 ‘걔가 내 노래 부르는 거 싫어’라는데야… 그래도 나중에 다른 무대에서 만나서 엄청 친한 척 했다죠?)는 에타 제임스의 의견과는 많이 다르겠지만 어쨌던 불만족스런 부분입니다.
망가져도 예쁜 메이크업(우리 사극에서 많이들 욕먹고 있는 것처럼)이나 노래를 부르는 모습 또한 평소의 열정적인 자신의 무대 보다도 더욱 예쁘고(?) 정돈되게 보이니까요.

 

 

너무 예쁘게 나왔다는 데에 ‘여배우가 예뻐도 불만이냐?’ 뭐 그런 것이 아니라. 본인의 의도인지 감독의 의도인지 알 수는 없으나 처절한 삶의 상흔과 슬픔을 표현함에 있어 그 시대의 절망이 패션이 되고 그 시대의 희망 또한 패션이 되는 그런 느낌이랄까?
그러나 그 것도 큰 문제는 아닙니다.
어차피 깊은 감정연기를 했더라도 중구난방 들뜨는 구성은 그를 잡아낼 여력이 없어 보이기 때문입니다.
뷔페에 온 것처럼 작은 그릇에 이 것 저 것 넣을 것은 많은데 맛있게 먹을 것만 깔끔하게 담아내지 못하고 그저 많이 여러 가지 담아보려는 욕심이 보인 달까?
선택과 집중이 있었어야 하지만 그렇지 못했기에 그냥 표면만 훑다 지나가는 그런 느낌. 배우들의 호연에서 내면의 슬픔을 느낄 사이 없이 무덤덤히 흘러가는 진행…
그렇다고 이 영화가 나쁘냐고요?       
그렇다면 ‘아니’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이런 저런 요소를 빼더라도 충분히 매력적인 소재와 음악이 있기에 볼 가치 충분한 영화니까요.
그런데 자주 있는 일이지만 우리의 극장은 이 영화가 돈이 되기가 어렵다고 판단했는지 큰 스크린, 좋은 스피커로 볼 기회를 주지 않는군요.

Posted by thekin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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