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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자문살수(忍者門殺手, Duel of In-ja Hall)(1982)-김시현

thekinks 2012. 8. 14. 14:51

인자문살수(忍者門殺手, Duel of In-ja Hall)(1982)-김시현

-아래 이미지는 해당 저작권자에게 권리가 있으며 아래 글은 약간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아래 이미지 들은 국내에서 소실되어 DVD 미출시 된 영화이므로 손상된 채 발간된 해외판의 이미지입니다. 그리고 부득이하게 일부 배우의 경우 배역명 대신 배우명을 사용했습니다.)

 

감독 : 김시현

제작 : 국제영화흥업

출연 : 황정리, 거룡, 서정아, 임자호, 여영림 외

 

본 영화를 만든 김시현 감독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액션영화 감독 중 하나입니다.

멜로, 사극, 액션 등 역시 다양한 장르에서 활동하였지만 그의 본령은 누가 뭐래도 액션입니다.

65성난 얼굴로 돌아보라’(1950년대 중, 후반부터 그 당시 세계조류를 휩쓸던 영국의 앵그리 영 맨의 조류를 이끈 존 오스본의 작품과는 제목만 같은 갱생하려는 깡패의 이야기)로 데뷔 66긴 여로로 신인감독상을 탔습니다. 그는 당시 잘나가던 우리감독들이 거의 그렇듯 데뷔초기부터 다작을 하게 되는데 주로 남성적인 색채지만 주인공이 갱생하던지 파멸하던지 분명한 결말의 영화를 해오다가 그 색채가 더 강해지면서 점차 범죄영화에서 액션, 무협으로 그 장을 연장하게 됩니다. 게다가 본래 그 시기 우리나라는 일제하에서 사멸되거나 위축됐던 무술이 재 발굴되고 군인정권 특유의 강병에의 의지에 의한 군대무술과 태권도가 강세였던지라 각국에 사범들이 건너가고 영화계에도 점차 실력 있는 무술인 들이 대거 유입되던 시기였습니다.

그래서 그에 발맞춰 김시현 감독도 다양한 무국적적 혹은 탈국적적 영화를 찍게 되었고 수라문의 혈투’(1967), ‘강인의 무덤’(1975), ‘일지매 시리즈’(1976), ‘흑도’(1977), ‘최후의 정무문’(1977), ‘오대제자’(1978). ‘십팔통문방’(1981), ‘소림사 용팔이’(1982), ‘인자문살수’(1982), ‘뇌권’(1983) 등의 수 많은 대표작 들을 뽑아내게 됩니다.

이 시기 잔 손동작과 느린 움직임의 중화권과는 달리 쭉쭉 뻗는 발차기가 일품인 우리식 액션들이 퍼져갔고(이소룡 이전엔 합작을 명목으로 그리고 이소룡 등장 이후 그의 파트너로 들어간 한국의 무술인들. 이소룡의 등장으로 수기위주에서 족기로 변하긴 했지만 그의 사후 다시 주춤하며 한국인력 들을 대거 수입하게 됩니다.) 1974년 쏟아져 나온 한용철이 출연하고 이두용이 감독한 태권 영화를 표방한 영화들(이두용 감독은 황정리, 한용철, 권영문 등을 발굴)이 히트하면서 이러한 발차기 영화들은 한국액션의 상징이 되었고 이 역시 김시현 감독의 영화에 출연한 배우들(황정리, 거룡 등 한국의 많은 액션 배우들)에 의해서 연결되지요.

 

<평범한 체격이지만 매서운 눈빛과 강맹한 술기로 거한들도 압도하는 황정리의 카리스마>

 

<역시 키는 작지만 발달된 근육과 코믹하면서도 호쾌한 액션을 펼쳤던 거룡>

 

<본격적인 액션을 하는 여배우가 드문 요즘에 더욱 눈에 띄는 과거의 여배우 서정아>

 

<역시 한 발차기 하기로 이름났던 임자호>

 

<이 들 세 주인공의 황정리의 인자문에 대한 도전인 인자문 살수’>

 

이 영화 ‘인자문살수’만을 우선 따지고 보자면 한동안 성룡 영화 등과 더불어 빛을 보던 수 많은 우리 액션영화 중 그 시기적으로 마지막 불꽃이라고 볼 수 있는 80년대 초 중반에 해당하는 영화지요.(이는 절묘하게도 감독을 하면서 재미를 본 성룡의 현대액션으로의 옮아감과도 시기를 같이 합니다. 우리액션은 그 흐름을 따르지 못했었다고 볼 수도 있을 듯)

우선은 그 시기 우리영화가 그랬듯 만주 웨스턴 이후 계속되어온 작은 땅 콤플렉스라고 할까? 대륙의 그리움이라고 해야 할까? 어쨌던 자유롭게 펼쳐서 액션을 하기에 우리나라는 너무 좁고 현실적인 것을 고민하다 보면 사극적 냄새가 난다. 뭐 이런 저런 편의성으로 무국적적인 설정을 하거나 사료와는 전혀 상관 없는 불분명한 시대적 배경을 만드는데 이 영화 역시 그렇습니다.

근대의 어떤 날 중국(설정상 청나라) 이지만 변발한 사람 하나 없고(당시엔 중국영화인 ‘취권’ 등도 그랬죠^^) 또 일본인이 아닌 문파로써의 닌자까지 붙박이로 터잡고 설치고 거기에서 장사하는 자는 조선의 유민이고… 뭐 그냥 배경 빌리고 풀고 싶은 대로 액션의 돗자리만 중국이라고 깔았다라고 밖에 볼 수 없는 현실 무시 설정이지요.

 

<하북 거부 양대인의 딸 설화(여영림)의 배필을 뽑는 무술대회가 열리고…>

 

얘기는 아주 전형적입니다.

들어있는 코드 또한 전형적이다 못해 하품 납니다.

얘기인즉슨 부자가 무술 대회를 열고 우승자에게 딸을 주려 한다. 그런데 딸은 납치되고 부자와의 악연과 거기에 관련된 출생의 비밀까지 엮이고 결국 사악한 악당과 대결 남녀 모두 행복하게 끝난다. 뭐 이런 뻔한 스토리지요.

그러면 왜 이 영화를 소개 했을까? 물론 이유는 있지요.

이 영화는 몇 가지 면에서 볼 재미가 있습니다.

그 뻔한 내용을 어떻게 풀었느냐에 대해서죠.

액션을 많이 찍어본 솜씨답게(현대 기준으론 느리지만-배우의 기량이 그렇단 얘기가 아닙니다.) 아예 박자까지 맞춘 액션이 벌어집니다. 안정적인 액션이라 이거죠.

그러나 진행은 완급 없고 뜬금없이 중구난방인 단점도 있지만 원 설정부터 그렇듯 이 영화 자체가 그런 것을 따지고 보는 영화가 아닙니다. 그냥 보여주는 대로 즐기면 되는 영화지요.

그리고 이 영화엔 발차기의 달인 황정리의 카리스마가 절대악한의 무게를 지니고 자리잡고 있죠.

 

<두 명의 고수와의 접근전 에서도 능숙하게 방어를 합니다.>

 

<고수를 상대로 시원한 발차기 시전 후 두 발 모아 관자놀이를 내려찍는 황정리의 무시무시함>

 

<한 번에 모둠발로 아랫 배 급소부위를5~6회 걷어찬다>

 

<싸우려고 주먹을 꼬나 쥔 두 고수의 뒤통수를 한 번의 도약으로 각각 걷어차기도>

 

이소룡과 전혀 닮지 않았고 외려 성룡 같은 코믹한 연기로 사랑 받았던 한국형 이소룡 거룡의 모습과 역시 한 발차기 하는 배우인 임자호 게다가 드문 액션 여배우인 서정아의 액션 또한 볼만 하지요.

심각한 상황의 영화임에도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요소로써의 우스개 들로는 의도했던 부분과 아닌부분을 포함해 닌자들의 어설픔이라던가 인물들의 정성 없는 패션, 그리고 남, 녀 성별을 바꾸었는데도 기가 막히게 눈치 못 채며 어이 없게도 그냥 믿으라고 하는 장면들이라고도 할 수 있겠네요.

 

<땅속을 누비다 멋있게 등장하지만 웬 걸 청나라 시대에 웬 골판지 박스냐?>

 

<연기속에 사라지려 하지만 연기가 가실 때까지 보이네>

 

<이 여장에 거룡이 넘어가는 설정이니…-_-:>

 

<흰 가발만 쓰고 노인으로 위장했던 어설픈 닌자와 유곽인지 포장마차인지 알 수 없는 그 곳엔 어설픈 손 글씨로 인자라고>

 

<주모는 어설픈 여장을 풀고 도전하다가 벗겨진 채 맞는다>

 

<’용문객잔의 상관영봉을 연상시키는 서정아의 남장(?)>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큰 엉덩이를 보고서야 의심하기 시작하는데>

 

이 영화는 현재 국내에는 대본으로 밖에 남아있지 않습니다.

그러나 해외에서 손상되고 더빙된 채로 유통된 DVD가 남아있는데 감독은 김시현 감독이 아닌 하지강(何致强, Godfrey Ho)으로 되어 있습니다.

하지강은 본래 오우삼과 함께 장철 감독의 조감독 출신으로써 스승의 뒤를 따른 오우삼과는 달리 일찍이 이해타산에 밝았던지 될만한 아시아권 영화들을 헐값에 죄 사들여 자신의 이름을 붙여 서구에 팔아 넘겼습니다.

참으로 몹쓸 일인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말 답답하고도 안타까운 사연은 그 시기 우리영화의 가치도 모르고 제대로 된 계약의 개념도 안 박힌 채 순박하다 못해 무지한 지경으로 네가 원판이나 본편 프린트를 헐값에 용돈벌이 하듯 넘겼던 것이 일차고 또 하나는 역으로 그 때문에 그나마 훼손 본이라도 남아있다는 것.

그렇지 않고 국내에 남았더라면 어느 고물상의 밀짚모자 장식으로 사라져 버렸을지도 모른다는 것입니다. 보존의 중요성을 모르던 시기이니…

해외의 액션 팬 들과 현재 이런 액션을 찾아보는 분들은 이 영화를 애써 만들어 공급했던 우리의 영화인 들 보다 사기꾼 하지강이 더 고마울 수도 있는 지경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본 영화도 서구인 들이 아시아인이 영어가 유창하면 어색해서 주로 어눌한 발음을 위해 호주인 들을 기용해 녹음했다는 소문이 있는 그런 류의 영어더빙이 되어있고 그들 시청자의 티비 사이즈에 맞춘 4:3으로 출시됐던 비디오를 DVD로 재발매한 것이기에 화면 사이즈마저 훼손되어 있습니다.

 

<’남권북퇴시리즈 이후 걸핏하면 붙는 ‘Secret…, …’식의 영어 제명>

 

그래서 등장인물 들의 이름도 모두 그들식의 영어 예명이지요.

더욱이 황정리의 이름 표기시 서구인에게 가장 큰 인상을 준 무술 영화 중 하나인 오사원의 ‘남권북퇴’(1976)에서 왕도와 유충량의 두 고수를 가지고 노는(결국 황정리 악역의 패턴대로 협공 혹은 치명타로 사망하는 결말) 놀라운 발차기의 고수역의 배역명이었던 Silver Fox도 이 영화 타이틀에 병기되었는데요. 이는 그 정도로 캐릭터의 각인이라는 것이 중요하다는 얘기입니다.

이런 안타까운 부분을 보면 가지고 있는 자원도 지키지 못하고 어려움 속에서도 우린 열정 하나만 가지고도 꿀리지 않았다고 말할 수 있었던 자랑스런 영화인 들이었지만 이젠 가진 것도 지키고 이상과 열정 또한 함께할 수 있었으면 합니다.

그래서 그들의 시대를, 그들의 영화를 사랑했던 한 사람으로써 그들의 무용담이 씁쓸한 것이 아니라 자랑으로 우리에게 이어져 발전되었으면 하는 마음도 있습니다.

얼마 전 이두용 감독, 황정리, 거룡, 왕호 이 네 분의 근황을 접했는데 현재도 청년처럼 열심히 활동하고 계시고 노장들이지만 앞으로의 영화계획도 구체적으로 갖고 계시다는 반가운 소식이었습니다.

자꾸 우리 영화를 소개하면서도 쉽게 볼 수 없는 영화들을 소개하는 것 같아 미안하네요.

그래도 구해 보시려면…… 구하면 구할 수 있을 겁니다.

 

<소위 전형적인 결말이란 것이죠. 적을 물리친 남녀는 쌍쌍이 짝을 지어 행복하게 오래 살았거나 말거나~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