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 용의부활(三國志見龍卸甲, Three Kingdoms Resurrection of the Dragon)(2008)-이인항(李仁港)

-아래 이미지는 해당 저작권자에게 권리가 있으며 아래 글은 약간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포스터는 대체로 홍금보가 안 나와 있어서 나와 있는 것을 올립니다.>

 

감독 : 이인항(李仁港, Daniel Lee)

제작 : (주)태원엔터테인먼트

       정태원, 증패산, 한삼평, 우동

기획 : 정태원, 증패산

출연 : 유덕화(劉德華, Andy Lau), 홍금보(洪金寶, Sammo Hung Kam-Bo), 매기 큐(李美琪, Maggie Q), 우영광(于榮光, Rongguang Yu), 안지걸(安志杰, Andy On) 오건호(吳建豪, Vanness Wu), 적룡(狄龍, Lung Ti), 진지휘(陳之輝, Chen Zhi-Hui), 복존흔(濮存昕, Cunxin Pu), 악화(岳華, Hua Yueh), 유송인(劉松仁, Damian Lau), 정해봉(丁海峰, Haifeng Ding), 강홍파(姜鴻波, Hongbo Jiang), 왕홍도(王洪濤, Wong Hung-To), 맹화오력길(孟和烏力吉, Meng He Wu Li-Ji), 홍천명(洪天明, Timmy Hung), 계춘화(計春華, Chuen-Hua Chi), 원세룡(袁世龍, Yuan Shi-Long), 등위(鄧衞, Wei Deng)

 

이 영화 삼국지 용의 부활(삼국지견용사갑)’은 조용한 가운데 그럭저럭 흥행하다 사라진 영화중 하나 입니다.

   하필이면 중국 정부의 압도적 지지와 강압(?)에 의해 제작된 초대작인 오우삼의 적벽대전시리즈와 비슷한 시기에 제작과 개봉을 하여 많은 비교가 됐는데요.(그에 고무되어 제작되었고 틈새를 치기 위해 먼저 국내 개봉했다고 보는 시선도 있지만)이 영화 자체도 그다지 초라한 영화는 아님에도 워낙 비교대상의 물량이 크기에 심하게 폄하를 받기도 한 것이 사실입니다.

   이 영화는 우리나라 회사인 ㈜보람 엔터테인컨트가 제작에 참여했던 범아시아 프로젝트인 칠검(七劍, Seven Swords)’(2005)-서극(徐克, Hark Tsui)묵공(墨攻, A Battle of Wits)’(2006)-장지량(張之亮, Jacob Chang) 그리고 또 중국측의 다른 기획인 (無極, The Promise)(2005)-첸 카이거(陳凱歌, Kaige Chen) 등의 영화와 같이 범아시아 프로젝트를 표방하고 ㈜태원 엔터테인먼트(주로 영화제작을 하다 최근엔 드라마 아이리스로 유명한 그 곳)가 적극적으로 제작에 참여한 영화입니다.(그래서 인지 각기 다른 회사의 기획이지만 배우, CG팀 등등이 묘하게 겹칩니다.)

   나열된 모든 작품이 결과적으론 실패했지만 아시아의 인프라를 결합하여 국제적 상품을 만든다.’는 취지만은 해볼만한 시도였다고 봅니다.(작게 보자면 과거의 합작영화도 편법일 경우만 제외한다면 작지만 성공을 거둔 좋은 기획들이 많았죠)

 

   위에 얘기한 비슷한 시기의 작품인 적벽대전의 경우 중국정부가 적극적으로 지원했고(역사공정과 중국인의 강함, 위대함 뭐 이런 것을 심으려는 의도가 다분하다고오우삼의 경우 거의 강제적으로 특명을 받았다는 설이 파다했죠. 세계적으로 성공한 홍콩의 영화인 들을 중국 공산당의 기치아래 모이게 하여 그 세를 보여주는…) 그렇기에 엄청난 물량을 투입했습니다.

   원래 과장 일색인 나관중의 삼국지 연의의 과장을 제대로 물량적으로 보여주어야 했으니까요.

   그러나 이 영화 삼국지 용의 전설의 경우 보여주고자 하는 자체가 다릅니다.

   ‘적벽대전이 주유와 제갈량의 조조에 대항한 머리싸움과 대전투 그리고 호쾌한 대미에 목적을 뒀다면 이 영화는 그렇지 않기 때문입니다.

   타깃 자체가 다르죠.

   그 것은 우선 영화의 감독인 이인항 그의 전작들을 살펴보면 알 수 있습니다.

   초기엔 무협드라마나 흑협’(1996)(아동틱한 유치한 설정과 분장 등 이연걸 팬 들은 그를 희생시켰다고까지 생각 될 졸렬한 완성도임에도 미 박스오피스에서 대히트 했었던)같은 액션도 했었지만 이후의 행보는 장르 불문하고 멜로내지 감성의 요소가 들어간 작품들을 해 왔습니다.(물론 합작 영화인 소년아호(少年阿虎, Star Runner)’(2003)도 관련이 있고 출연진 들도 겹치죠.)

   그의 대표작이라 볼 수 있는 성월동화(星月童話, Moonlight Express)’파이터 블루(阿虎 A Fighter's Blues)’같은 경우는 이야기의 장을 다른 소재에 펼쳤을 뿐 제대로 멜로에 신파죠.(아마도 이 시기 감독이 여배우 다카코 토키와를 사랑하고 있었지  않나 느껴지는 대목이 많죠.) 그리고 서술보단 감성에 기댄 연출들을 많이 보여줍니다. 정지 혹은 느린 화면으로 전개되면서 주인공의 회상과 내면의 이야기 들을 보여주는 그런 식으로 말이죠.

   그런 면은 이 삼국지 용의 전설도 마찬가지 입니다.

   그렇기에 적벽대전과는 다를 수 밖에 없는데(‘적벽대전도 완급에 실패한 듯 원인 모를 손상향(조미)의 우정담을 너무 과하게 넣긴 했었죠.) 아예 설정 자체가 다른 것이 적벽의 짧은 순간을 긴 런닝 타임(2부작-273)으로 물량을 들이부어 보여주었던

   ‘적벽대전’, 그러나 삼국지 용의 부활의 경우 짧은 런닝 타임(105)에 소설 삼국지 연의의 인물과 설정만 빌려 게다가 주인공을 조운(유덕화)으로 결정지어서 그의 젊은 날에서 말년 까지를 생략을 거듭하여 찰나처럼 보여줍니다.

 

   <어려운 병사시기 고향과 포부에 대한 얘기를 나누는 조운과 나평안>

 

    연의에 기록되지 않은 조운의 병사시절과 상산지방 동향으로써 그의 군패를 지급해 줬던 선배 병사 나평안(홍금보)이 등장하고 이후 조운의 감상이 이어지는 일부를 제외한다면 사건의 서술을 이 가상인물 나평안에게 넘기고 있습니다.

  

<마치 판타지 영화에 나오는 듯한 가공인물인 도독 조영의 모습>

 

    게다가 역시 실제 기록조차 없는 조조의 손녀 조영(매기 큐)의 용맹과 지략이 이야기의 한 축이기도 하지요.

 

<용맹을 바탕으로 빠르게 출세하는 조운>

 

 

<그런 그의 뒤를 바라보며 자괴감에 빠지는 나평안>

 

   잠깐의 젊은 시절과 약간의 갈등, 아두를 구출한 후 조운의 빠른 출세를 보여준 뒤 바로 유비(악화)와 오호장군 모두가 죽었다는 짧은 설명 이후 영화의 중반이 되기도 전에 제갈량이 출사표를 던지고 그들의 최후가 될 수 있는 첫 북벌에 나서게 됩니다.

이미 늙어버린 조운 먼저 간 장군들의 사당에서 자기의 자리를 예약하고 출진합니다.

 

<항상 뒤에서 시기 속에 바라보다가 용기 내어 옆에 서길 청한 나평안>

 

항상 그를 지켜 봐왔고 그를 시기했으며 영원한 주변인이던 나평안은 이 번엔 마지막 만이라도 그의 옆에 나란히 서고 싶어해 함께 출전합니다.

 

제갈량(복존흔)의 명령과 관흥(오건호)과 장포(정해봉)의 반목과 경쟁이 그냥 지나가듯 나오곤 나머지 내용의 절반을 조운의회한을 다루는데 역점을 둡니다.

그 회한에 비해 접근하는 연의 속의 내용은 한덕(우영광) 4형제를 늙은 조운이 몰살하는 것 정도이고 그나마 이런 한덕을 양부로 추켜세우며 이용하는 조영의 모습이 더 그려지고 있으며 거기에 조영과 조운의 싸움이 맥을 이어갈 뿐입니다.

이 영화는 앞서 말했듯이 조운의 말년의 덧없음과 회한에 중심이 맞춰져 있습니다.

비슷한 구성의 그리스도 마지막 유혹(The Last Temptation of Christ)’(1988)- 마틴 스콜세지(Martin Scorsese) 처럼 주변상황을 자세히 묘사하지도 않았고(인간 예수 개인의 갈등에 몰입할 수 있게 간략하면서도 디테일한 주변설정이 비춰지고는 주인공에만 집중해 파고들지요.) 그로 인한 판타지의 세계 따윈 없습니다.(내용 자체가 판타지라고 할까?)

그저 오로지 조운 그의 감성과 지켜보며 억장이 무너지는 (어쩌면 역사라는 큰 물결을 지켜보고 함께하지만 변방으로 느껴지는-실제로는 주인공이지만 개개인은 아닌-민초의 모습을 대변하는)나평안 만이 이야기를 끌고 갑니다.

애당초 원작을 유지하고 싶은 생각조차 없습니다.

감독은 연의의 틀만 빌려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풀어갑니다.

첫 북벌에서 조영의 등장과 그녀의 승전 그리고 단기필마로 조운이 최후를 향해 달려가는 것도 연의와 정사 모두 다릅니다.

그러나 삼국지 사상 가장 완벽했던(인품, 실력, 자기관리, 지략-자신이 이끌고 단 한 번도 지지 않았던) 사나이 조운 그의 쓸쓸함을 그려주고 싶었기에……

처음 나평안에게 조운이 묻습니다. ‘이 전쟁이 언제 끝나겠냐고?’ 나평안은 지도를 펴며 말하죠. ‘지도를 다 돌면 금의환향 하게 될 것이라고

그 때 조운은 운명은 자신이 정하고 개척해가는 것이라 믿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자신의 운명을 만들어가기 위해 열심히 싸웁니다.

   하지만 마지막 그의 회한은 운명은 스스로 정한다 자신했으나 나 역시 사실 형님(나평안)과 마찬 가지로 큰 원을 돌고 있었을뿐 결국 운명은 정해져 있는데 뭔 집착을 하리오입니다.

   멋은 있을지 모르나 무책임한 이 운명에 대처자세는 오히려 인간으로써의 어쩔 수 없는 담담함이랄까?

   지도를 한 바퀴 다 돌아도 끝나지 않는 그의 여정은 결국 그의 생애엔 끝날 수 없고 그리고 조운의 뒤에 언제나 있으면서 그를 질투하고 항상 이겨보고 싶었다던 나평안의 고백도 또 그에 대한 조운의 화답인 형을 만민이 불패장군으로 부를 수 있길 바랬소

   이룬 자의 회한이랄까? 그는 그 말을 남기고 단기필마로 나서고 쓸쓸히 그의 뒤를 바라보는 나평안.

   이 영화의 얘기하고자 하는 것을 압축적으로 보여준 장면이 아닐까 싶은데 이런 상황들을 보면 소설과 역사상에 없는 나평안이란 인물의 창작의 이유는 아마도 조운의 영웅담을 관조하듯 설명하여 관객과 함께 그를 바라볼 수 있게 하는 도구와 짧은 묘사와 건너뜀 이후 바로 최후의 순간으로 몰아치는 완급과 상관없는 극의 진행에 지표를 삼기 위했음이리라.

   그리고 나평안이란 인물은 조운이라는 인물의 내면을 대화 혹은 서술로 나타낼 수 있는 도구로써 존재하므로 아마도 조운의 이중인격 같은 존재로써 그려진다고도 볼 수 있겠습니다.

 

   이 영화가 기존처럼 서술과 인물이 난무하고 영웅담을 연속적으로 늘어놓지 않기에, 삼국지를 아끼는 매니아 들에게 비난을 당했던 것이 이런 이유에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러나 삼국지 같이 수없이 만들어진 소재를 이런 관조의 관점으로 바라보는 것도 나쁘지 않은 시도였다고 생각됩니다.

   개인적으로 참 오랜만에 홍금보를 액션 없이(무술감독으로는 참여했음) 연기력만으로 만나게 됐고 또 유덕화의 매력을 보여주기에는 충분했다고 생각되어 좋았으니까요.

   그런데 주변인물 들이 거의 다 단역 수준인 점에 많은 분들이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는데요.

   그런 면은 워낙 삼국지에 인물이 많이 나오고 각 캐릭터에 대한 각각 팬 들의 애정과 충성도가 높기에 부응하는 기대치가 컸기 때문일 것입니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 이 영화는 그 시대를 살아간 인간 조운의 얘기이므로 그 얘기 자체의 충실도에서 더 얘기가 되었어야 한다고 봅니다.(오히려 그 쪽에서 또한 그다지 성공한 것 같지는 않거든요.)

   그렇기에 단역으로 전락한 많은 주요인물 들에 무게 있는 중견배우 들을 기용했고 후배 장수들 또한 잘나가는 배우들을 캐스팅한 것일 겁니다.

 

  

  

<안정적인 연기를 보여준다.>

 

   우선 거의 조운, 나평안, 조영 다음의 비중으로 나오는 제갈량의 경우 중국영화의 전통과 안으로써의 자각이 충돌하던 시기이며 이 후 감독들에게 영향을 많이 끼친 국제적으로 중국영화를 알리기 시작한 중국영화의 산 증인이자 3세대로 분류되는 감독 사진(謝晉)의 영화를 비롯 다양한 영화들에서 강한 캐릭터와 무게감을 준 배우 복존흔이 연기하고 있고

 

<짧지만 멋진 악화의 출연>

 

   유비의 경우 호금전(胡金銓, King Hu)방랑의 결투(大醉俠, Come Drink With Me)(1966) 등에서 젊잖거나 허무에 가득한 주인공 때론 은근해서 더 무서운 악역으로 무협팬 들에게 사랑 받았던 악화가

 

<역시 짧지만 무게 있는 적룡의 출연장면들>

 

<역시 출연분량이 짧아서 안타까운 진지휘>

 

   또 관우의 경우 장철, 초원, 오우삼 영화에서 주연으로 수많은 무협영화를, 또 주윤발과 함께 홍콩 느와르를 이끌어 많은 팬을 지니고 있는 수퍼스타 적룡이 출연하고 있으며 장비역은 야비해 보이지만 강인하고 안정된 연기를 주로 보여줬던 진지휘가 연기하고 있습니다.

 

<선 굵고 강한 사내 우영광은 이제 중견배우로…>

 

   그리고 연의에서 한 전투에서 5부자가 모두 조운에게 베이는 한덕 역할에도 무술대회 챔피언에 강인한 매력으로 어필했었던 우영광이(그 한덕의 아들로 자신 있게 달려나가 바로 베이는 단역 한영 역으로는 홍금보의 아들 홍천명이 나오죠.),

 

<매력적인 역할을 잘 해낸 안지걸>

 

   또 등지 역할로 비중 있게 나오는 안지걸의 경우도 젊은 배우지만 안정된 연기로 활발히 활동하는 배우입니다.

 

<관흥과 장포는 반목관계지만 조운의 영에 따라 함께 출진한다.>

 

   여기에 주로 강한 액션 캐릭터를 해온 장포 역의 정해봉, 그리고 대만의 유명 가수 겸 배우면서 꽃보다 남자출연으로 유명하고 우리나라에서도 강타 & 바네스로 활동했었던 오건호가 관흥을 연기하고 있습니다.(이 영화 포스터에 이름이 나올 정도의 인기인이긴 하지만 단역에 가까운 비중의 역이고 남의 옷을 입은 듯 연기 또한 어설프지요.)

   게다가 역시 작은 비중이지만 조조 역에도 선 굵은 중견배우 유송인이 나옵니다.

 

<안정적이며 여유로운 표정과 어투로 뭔가를 보여줄 듯 하지만 애석하게도 단역>

 

   내용이 워낙 개인적(연인마저 끼어들기 힘들 정도)이라 인물을 등한시 해서인지 조운의 연인으로 짐작되는(나라를 통일하고 금의 환향할 때 돌아갈 곳의 의미) 연아 역의 강홍파의 경우는 배역명을 보고서야 연아라는 이름인지 알 정도로 비중이 작습니다.

   이 정도로 출연진은 나름 훌륭하지요.(뭣 모르는 초딩 들은 관우가 왜 그러느냐고 그러니늙은 배우를 쓴 감독이 죄라면 죄 적룡을ㅉㅉㅉ)

 

   <94 84부작으로 제작된 드라마 삼국지에서와 같이 황충 역을 맡은 왕홍도(王洪濤) 그러나 출진하는 장면만 나오고 안 나오는 단역.>

 

   <마초 역의 맹화오력길(孟和烏力吉)-‘적벽대전에 관평으로 나왔고 2003 사조영웅전에도 나왔다는데 역시 단역이다 이름을 보아하니 몽골계인가?>

 

   그러니까 스펙타클 만을 따지시는 분이 아니라면 보셔도 좋을 영화입니다.

   하지만 앞서 말씀 드렸듯 적벽대전에 앞서 개봉하면서 엄청난 물량전의 영화인양 홍보했던 것이 부메랑처럼 악평으로 돌아 온 것뿐이죠.

 

   누누이 말씀 드리지만 이 영화는 스토리 위주가 아닌 조운 개인의 삶을 관조해가는 영화입니다. 참고하시길……

Posted by thekin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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